[상반기 기업신용등급]② 한진해운 등 투기등급 수두룩… ‘부정적’ 등급전망도 쏟아내

입력 2016-06-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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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자구계획 지켜봐야,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투기등급 크게 늘어날 전망

조선ㆍ해운ㆍ기계ㆍ화학 등 전통 제조업의 위기가 심화될 것이란 관측은 이들 산업의 신용등급 전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이들 산업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신용평가사의 ‘부정적’ 등급 전망은 향후 1~2년 내에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3개월 내에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는 등급 감시 전망 기업도 적지 않았다.

신평사별로는 나이스평가정보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삼성중공업, 두산엔진, GS EPS, 포스코엔지니어링의 등급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들 기업 외에 한진, 현대미포조선, 두산인프라코어, 대림에너지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가 전망을 나쁘게 본 기업은 대한항공, LS엠트론 등이다. 이들 산업의 경기가 개선되지 않으면 연내에 추가 등급 하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신용등급 BB+ 이하로, 투기등급으로 평가받은 기업도 많았다. 신평사들의 정보를 종합하면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건화, 에프티이엔이가 투기등급을 받았다. 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떨어진 기업은 한진, 대한항공, 두산엔진, 포스코엔지니어링 등이다.

◇구조조정, 중국 경기하향 등 파고 신사업 경쟁력 확보 등으로 넘어야 = 이들 기업의 향후 현금 창출 전망도 밝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경기 개선이 언제 이뤄질지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은 2016~2018년 중에 실천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자산매각으로 일부 유동성을 확보하겠지만 결국 1~2년 내에 자체 현금 창출을 늘리지 못하면 신용등급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오승호 나이스평정 기업평가6실장은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과 같은 현대중공업 계열사는 모회사의 신용등급 평가를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모회사의 자구계획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등급이 내려가면 자회사는 BBB+ 등급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중공업의 회계절벽(해당 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반영하는 방식)이 끝이 아닐 것이란 관측도 해당 산업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배경이다. 오 실장은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 몇 년간 회계절벽은 없다고 말해왔다”며 “이들 기업의 신뢰가 사라진 상황에서 조선사들의 수주잔고를 고려하면 과연 추가 부실이 없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이제 구조조정의 문턱에 있다. 용선료 협상과 대주주의 책임경영 여부 등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다.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 이들 기업 중 한 곳이 정리 수순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신용등급의 하향 조정 우위가 점쳐지는 배경이다.

기계 산업의 전망도 밝지 않다. 그동안 국내 기계 산업은 중국 수요에 의존했다. 해외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 조직을 늘린 것도 중국의 수요 증가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향세로 접어들면서 해당 산업의 경쟁력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 두산, 두산엔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등 두산그룹 계열사 대부분은 올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특히 두산그룹은 계열사인 두산건설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산건설의 현금 창출 능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 더욱이 면세점 사업의 실적이 올해 안에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 투자 비용은 고스란히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두산이 면세점 사업의 실익을 보지 못한 채 면허를 반납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화학, 에너지 산업의 경우 유가 하락이라는 악재가 여전한 상황이다. 송태준 한기평 실장은 “부정적 전망이 부여된 업체 수는 긍정적 전망 업체 대비 2배가량 많은 상황”이라며 “그만큼 하향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수가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 전통 제조업의 대대적 재편과 함께 신사업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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