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각종 사건·사고 때마다 쉽게 흥분하고 다시 쉽게 망각하는 ‘냄비근성’을 나타내지만 정작 해결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 눈앞에 펼쳐진 문제에 대해 비판과 비난만 할 뿐이다.
사건의 실체를 찾을 수 있는 전문가들의 조언보다는 자칭 만물박사 평론가들이나 정치인들의 얘기에 더 귀를 기울이며 초등학생이 올렸을지도 모를 인터넷 댓글에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월호 사고와 서울지하철 자동스크린도어 사고에서 보듯 정파 싸움에 휩쓸려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과 해결책은 뒷전으로 미루면서 여전히 안전 관련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는 점은 한심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신랄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이대로라면 헬조선, 남녀 혐오, 분노로 가득 찬 대한민국은 외부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좌초할 것이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살려낼 주체는 누구일까. 정치인, 관료, 일반 대중도 아닌 바로 기업이다. 우리 기업은 사농공상 계급사회 조선시대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았고, 정치인와 관료가 쥐고 있던 권력을 군의 등장으로 권력에 대한 견제와 힘의 공백이 생겼던 대한민국의 근대화 시대에도 제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을 최빈국에서 세계 11위의 대국으로 키우는 데 큰 기여를 한 것도 기업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한류를 계기로 화장품, 관광을 비롯해 식음료까지 여러 다양한 사업들이 파생돼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 재벌들이 너나없이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면세사업 역시 한류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시장 규모는 꿈도 못 꿀 일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버팀목 역할을 했던 조선업, 해운업 등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큰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한류 관련 사업이나 바이오 사업이 없었다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같이 세계 시장에서 위세를 떨치는 한류나 바이오는 정치권이나 관료가 키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권이 끼어들었다가 망치는 경우가 더 많았다. 2000년 초 바이오 사업이 신성장 사업으로 떠오를 때 정치권 개입으로 바이오 버블만 만들고 시장은 죽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래도 잡초와 같은 야성으로 똘똘 뭉친 우리 기업들이 버티는 것은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여준다.
최근의 우리 사회 문제 해결도 기업들에 희망을 걸어 본다. 자살률 1위, 남녀 혐오 범죄 등 여러 사회 문제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정신질환 관련이다.
우리 사회는 정신병이라고 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기 바쁘다. 쳐다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 결과가 자살률 1위, 묻지마 살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살 대부분은 우울증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은 의학적으로 이미 보편화한 상식이다. 그럼에도 자살이 많은 것을 다른 사회 문제로 인한 것으로 연결할 뿐 우울증 치료에 나설 생각은 안 한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나 유사 사건의 공통점은 조현증이다. 이 역시 조현증 환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 시선으로 바라볼 뿐 조현증 환자의 체계적인 관리와 치료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사회 인식으로 환자들은 병원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정신질환 치료 비용이 높은 점도 치료 시기를 놓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료보험 적용 확대나 정신병원만이라도 원격진료를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지만 기득권 싸움에 빠진 정치권과 정부는 제자리걸음이다.
정부의 지원도, 사회 인식도 부족하지만 정신질환 관련 기업 중에서 잡초와 같은 정신으로 크게 성장하는 기업이 나와 주기를 바랄 뿐이다.
주식시장에서 정신질환 관련 테마주가 유망한 테마주가 될 때 우리 사회 자살과 묻지마 범죄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