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운명의 날] 브렉시트냐 브리메인이냐...던져진 주사위

입력 2016-06-23 02:00 수정 2016-06-2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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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밤 10시. 영국에서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종료됐다. 곧바로 각 여론조사업체들이 자체 조사 결과를 쏟아낸다. 결과는 49% 대 51%. 찬성 다수로 영국의 EU 탈퇴로 나왔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달러 환율이 갑자기 20% 넘게 폭락, 딜링룸에 있던 외환 딜러들은 패닉 그 자체다. 1992년 영국과 독일이 유럽 내 주도권 싸움을 하면서 통화전쟁을 벌이다가 파운드화 가치를 주저앉힌 때를 능가하는 충격파다.

#주요국 주식시장은 폭락 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시아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 이어 미국 증시까지 영국의 EU 탈퇴, 이른 바 ‘브렉시트(Brexit)’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한 불확실성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그야말로 ‘블랙 프라이데이’다. 안전자산인 금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미국 독일 등 선진국 국채에 매수 주문이 폭주한다.

#주요 7개국(G7)은 긴급 회의를 열고 긴급 성명을 발표해 시장 혼란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스위스 유로존 등 6개 중앙은행은 2009년 체결한 통화 스와프 협정을 통해 시장에 긴급 유동성을 대거 투입한다. 이미 초저금리인 상황이어서 중앙은행들은 더 이상 쓸 카드가 없다....

그 동안 나온 투자 거물들의 경고와 각국 정부 및 금융당국의 발표를 토대로 브렉시트 결정 시 일어날 일들을 정리한 것이다. 과연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말 것인가.

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일이 드디어 밝았다. 영국은 과연 EU를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사면초가 캐머런 총리=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3년 1월, 총선 공약으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내걸었다. 당초에는 당내 EU 회의론자들을 회유할 목적으로 꺼낸 카드였으나 이것이 되레 자신의 정치 생명을 위태롭게 만드는 등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속한 보수당을 EU 잔류파와 탈퇴파로 분열시킨 것은 물론 당내 정적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을 일약 스타로 만드는 역효과를 냈다. 급기야 브렉시트 국민투표 캠페인 과정에서 영국의 EU 잔류를 호소해온 노동당의 조 콕스 의원이 반대파에 피습돼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캐머런 총리의 ‘무모한 도박’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캐머런 총리는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불거질 사태”라며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탈퇴 결과가 나오더라도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환부 드러낸 EU=EU는 영국의 탈퇴 논란으로 그 동안 가려졌던 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영국이 탈퇴하든 잔류하든 브렉시트 논란은 EU 공동체가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탱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브렉시트 여부와 관계없이 23일 영국 국민투표 후 회원국 내에서는 EU 회의론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이 EU를 탈퇴해도 연쇄작용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한번 가입하고 나서 나중에 탈퇴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 각국의 반 EU 세력에게 큰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EU 탈퇴’가 각국에 협박장으로 변질돼 EU 공동체 내에서 국가 이기주의가 판을 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그 후는?=그러나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더라도 상황은 극적으로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유럽의 통합을 오랫동안 방해해온 채권국과 채무국간의 대립은 여전히 뿌리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은 예금보험의 일원화에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고,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선거가 가까워져 정치인들은 적어도 1년 반 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또한 영국의 EU 탈퇴로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유럽중앙은행(ECB)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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