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연례 주주총회 경영진 ‘성토장’

입력 2016-06-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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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역임 푀츄 감사회 회장 뽑은 것에 반발 커져…이사들 고액 보수에도 불만 폭발

배기가스 시스템 조작 스캔들로 어려움에 처한 독일 폭스바겐의 연례 주주총회가 경영진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폭스바겐이 22일(현지시간) 개최한 연례 주주총회에서 투자자들은 문제를 일으켰던 기존 간부가 계속 고위직에 남아 있고 이사들이 고액의 보수를 받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특히 집중포화 대상이 된 것은 한스 디터 푀츄 감독이사회(감사회) 회장이다. 푀츄는 폭스바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으며 그가 CFO에 있을 당시 회사는 배기가스 시스템을 조작해 왔다.

푀츄는 지난해 9월 독일 법원 결정에 의해 감사회 회장으로 뽑혔으나 이날 주주총회 승인이 필요했다.

주주들은 이날 푀츄의 사임을 강하게 요구했다. 심지어 그가 형사 처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투자펀드 에르메스EOS의 한스-크리스토프 허트 공동 대표는 “푀츄를 뽑은 것은 독일에서 가장 좋은 지배구조를 가진 폭스바겐의 관행에 반하는 것이며 심각한 이해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며 “그가 감사회 일원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할 수 있을지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주주들의 성토에도 푀츄를 축출하기는 어렵다고 WSJ는 전했다. 폭스바겐 의결권 주식의 90% 이상을 보유한 핵심투자자가 페르디난드 포르쉐 가문과 독일 작슨 주정부, 카타르 국부펀드 등 세 곳에 불과하기 때문. 이들 모두 푀츄를 지지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스캔들에 따른 미국에서의 소송과 형사재판 조사 등으로 재무적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동안 주주총회가 두 차례나 연기됐다. 폭스바겐과 미국 정부의 합의안은 오는 28일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파문으로 폭스바겐은 지난해 162억 유로(약 21조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에 순손실 규모가 15억8000만 유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지난해 9월 18일 폭스바겐 스캔들을 폭로하고 나서 주가는 한때 50% 가까이 폭락했다. 이후 주가가 다소 회복되기는 했지만 스캔들이 터지기 전인 지난해 9월 17일 종가보다 여전히 26% 낮은 상태다.

이사들이 고액의 보수를 받는 것도 성토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이사 12명에 대한 총 보수는 6300만 유로가 넘는다. 영국연금기금은 “폭스바겐이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푀츄 회장은 “성과급은 크게 줄었다”며 이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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