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누가 스타 박유천을 추락시켰나

입력 2016-06-2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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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무시했다. 부정했다. 분노했다. 팬덤 강하기로 소문난 팬들과 대중의 톱스타 박유천(30)에 대한 감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마침내 팬들은 박유천과 관련된 활동이나 콘텐츠를 철저히 배척하겠다며 지지를 철회했고 대중은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외국에서도 파란이 일고 있다. 최근 20대 여성 성폭행 혐의 고소를 포함해 4명의 여성에게 같은 혐의로 연이어 피소당해 연예계와 대중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은 박유천이다.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박유천의 무혐의를 주장하며 고소한 여성들에 대해 무고, 공갈 혐의로 맞고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무 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성을 상품화하는 곳에 출입한 박유천에 대한 팬과 대중의 시선은 더 차가워지고 있다. 박유천은 순식간에 인기정점의 톱스타에서 대중의 지탄을 받으며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누가 박유천을 추락시켰을까? 박유천 사건은 스타 개인의 일탈적 행위라고만 볼 수 없다는 데 사건의 심각성이 있다. 박유천 사건은 연예기획사와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병폐, 팬 문화의 폐해, 방송사 등 제작사와 연예 저널리즘의 폐단, 그리고 스타와 연예인의 무책임한 행태 등 연예계의 총체적 문제가 낳은 하나의 현상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연예기획사 중심의 스타 시스템과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자리 잡고 연예인 지망생, 특히 초중고 어린 지망생이 급증했다. 어린 지망생들은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들어가 스타의 꿈을 꾸며 댄스, 노래, 연기 등 연예인이 되기 위한 기술 체득에만 올인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는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규범을 배우는 사회화 교육이나 공동체 생활, 도덕, 인성 교육은 전무했다. 물론 학교 수업에 대한 학습권 보장도 없었다.

스타 시스템의 주체로 떠오른 연예기획사는 소속 연예인을 이윤을 창출하는 상품으로 간주할 뿐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기회와 환경 제공은 철저히 외면했다. 이 때문에 지망생들이 연예인이 되는 과정에 사회화와 인성 교육의 진공상태가 생겼다. 이는 사회 부적응 연예인의 일탈과 범죄 그리고 자살 증가로 이어졌다.

또한 좋아하는 스타가 잘못해도 묻지마 옹호를 하는 팬들의 맹목적 행태와 방송사의 범법행위 연예인에 대한 객관성과 형평성을 상실한 무원칙한 복귀 관행, 스타와 연예계의 구조적 병폐에 대한 지속적 비판과 견제 대신 가십과 스캔들에 열을 올리는 연예 매체의 문제, 사회적 위상과 영향력 등이 커지는데도 사회적 책임을 지기는커녕 도덕적 해이가 몸에 밴 스타들의 잘못된 행태들이 범죄 연예인과 연예계 병폐를 확대 재생산한다.

한류와 대중문화의 급성장이라는 화려한 과실에 취해 정부도, 대중도, 그리고 연예계 종사자도 이러한 폐해를 외면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회용 미봉책으로 일관했다. 학습권과 인권 침해 우려가 크고 사회 부적응 연예인을 양산하는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병폐는 스타를 만드는 경쟁력 있는 세계 제일의 시스템이라는 찬사 속에 철저히 은폐됐다.

공인(Public Figure) 지위까지 부여받은 스타나 연예인의 범죄 행위는 연예기획사의 마케팅과 팬들의 묻지마 옹호, 언론의 여론 호도, 스타의 권력 등으로 대중의 시선을 벗어난다.

연예계의 이런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박유천은 계속 양산될 것이다. 이 불길한 전망의 명백한 근거는 바로 박유천이다. 4년 전 K-POP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디스커버리 채널 연출자 Herve Delpierre가 의미 있는 질문 하나를 던졌다. “미성년자들이 장기간 합숙하며 테크닉 훈련만 하는 한국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학습권 박탈, 인권과 사생활 침해 등 문제가 많은데도 왜 유지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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