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의 미디어버스(media-verse)] 뉴스를 열심히 볼 수록 더 헷갈리는 이유

입력 2016-06-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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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장

“뉴스와 오래 시간을 보낼수록 몹시 익숙해지게 될 두 가지 감정은 두려움과 분노다.”

깜짝 놀랐다. 이 문장을 접하고. 알랭 드 보통이 쓴 ‘뉴스의 시대’에 나온다. 보통은 뉴스는 이 세상에 두려워할 것이 아주 많다는 사실 속에 우리를 놓아두고 소심함과 공포, 나약함에 빠지게 만든다고 했다. 역시 생각을 잘 언어화하는 자가 승자다.

사실을 뉴스로 만드는 건 기자와 미디어가 하는 일이다. 천재지변에서부터 전쟁, 인명을 앗아가는 각종 신종 바이러스, 가까스로 적응했는가 하면 또 새 기술이 나올 만큼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제품들. 철마다 바뀌는 패션 트렌드와 연예 가십 기사들. 기자들은 끊임없이 정보의 바다에서 기사를 낚아 올린다. 그러나 끊임없이 낚아대도 끝이 없다. 정보들이 파편화해 움직이고 있는 데다 무질서하게 갈등하기도 한다.

이럴 때 기자와 미디어가 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이런 것(의견이나 주장)이 있고 저런 것이 있다. 그래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슬쩍 객관적인 양 3자적 시점을 견지하는 것이다. “논란이 뜨겁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같은 표현이 애용되곤 한다.

물론 기자와 미디어 역시 편견을 가질 수 있기에 무엇이 옳다, 그르다 섣불리 판단해 보도하는 것도 위험하다. 마침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라는 큰 뉴스거리가 생겼으니 이를 예로 들어보자.

밀양에도 부산 가덕도에도 신공항을 세우지 않겠다 한다. 기대감만큼이나 대결 구도를 키워오던 해당 두 지역(주민)은 단단히 화가 났다. 급기야 대구·경북(TK)을 대표하는 신문인 매일신문은 정부의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됐다며 1면 기사를 정말 ‘백지’로 편집했다. 제목만 붙었다. “신공항 백지화, 정부는 지방을 버렸다”라고. 당사자들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기사 스스로가 분노를 뿜고 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또 이럴 때 미디어는 쉽게 ‘악당’(역시 보통이 쓴 단어)을 만든다. 정치권과 정부 당국이 가장 좋은 상대다. 정치권은 싸움을 붙여 놓으면 어쩐지 더 잘 돌아가는 것도 같다.

도피적 대안으로 ‘꼬투리 잡기식 저널리즘’도 고개를 든다. 권력자가 잠깐 방심한 상태에서 무심결에 말하거나 행한 것을 낚아채는 행위다. 기자들은 이 사람 저 사람을 붙들고 “이번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어댄다. 가끔 성향상, 혹은 자리 때문에 크고 구체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이가 있다. 그러면 바로 기사가 된다. “아무개,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이렇게 생각(비판 혹은 지지)”이란 식으로.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꼬투리 잡기식 보도가 무의미하게 양산된다. 이러다 원래 핵심이었던 게 뭔지도 헷갈리게 된다.

미디어는 사회를 감시하고 권력을 견제해야 하지만 그 목적은 더 나은 사회, 국가를 만들겠다는 데 있어야 한다. 그러나 꼬투리 잡기는 꼬투리 잡힌 존재들과 같이 부화뇌동하는 것일 뿐이다.

통화나 재정 정책에 대한 보도에서도 이런 경향이 자주 발견된다. “한국은행, 또 금리 동결” “추경 편성 적극 고려” 같은 제목들을 보면 한은이 금리를 올리거나 내렸어야 했다는 건지, 추가경정예산은 부모님 지갑에서 돈 나오듯 쉽게 할 수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

누군가의 코멘트를 받는 게 기사가 아니다. 기자의 좌고우면에서 짜인 알고리즘을 가동해 세련되게 구성해야 하는 게 기사다. 미디어 업계의 오랜 오해가 있다. 뉴미디어라는 수단이 원하는 건 선정적이거나 빠른 기사란 생각. 그렇지 않다. 이는 스마트한 뉴스 소비자들을 폄훼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푸시(Push)가 지긋지긋하다. 좋은 기사가 끌어주기(Pull)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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