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기약없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폐점 앞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직원들 ‘적막’

입력 2016-06-23 17:48 수정 2016-06-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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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특허기간 만료에 따라 27년 만에 오는 26일 영업을 종료하게 된다. (사진=이꽃들 기자 flowerslee@)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특허기간 만료에 따라 27년 만에 오는 26일 영업을 종료하게 된다. (사진=이꽃들 기자 flowerslee@)

“아무래도 어떤 근무지에 어떤 업무를 맡게 될지도 모르니 불안합니다. 지배인은 다른 곳 가더라도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셨는데….”

“천정도 높고 꽤 쾌적한 근무 환경에서 만족하며 다녔는데, 졸지에 다른 면세점 업체로 옮기게 됐습니다. 같이 근무하며 호흡 맞춰온 직원들도 이젠 뿔뿔이 흩어져 속상합니다.”

23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영업종료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자 여느 때라면 유커들로 북적여야 할 7층 화장품 코너의 서늘한 공기처럼 직원들은 공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따금씩 방문하는 고객에 반가운 응대를 하면서도 숨길 수 없는 불안감이 깔려 있었다.

매출 기준 국내 3위, 면적 기준 국내 2위로 서울 강남권을 대표하는 면세점인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지난해 면세특허 연장에 실패하면서 오는 26일 영업을 종료하고 30일 폐점한다. 27년간 ‘잠실 관광 시대’를 주도해왔으나 추가 특허 재획득에 대한 기약 없이 쓸쓸한 퇴장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1989년 잠실 롯데월드점으로 시작해 2년 전 롯데월드타워로 확장 이전했으나, 결국 문을 닫게 된 것이다.

롯데월드 시절부터 근무한 본사직원은 “(월드타워점의) 특허 재획득 여부도 알 수 없어 고정된 근무처라는 게 기약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곳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월드타워점에는 150명의 정직원을 포함해 용역직원, 판촉직원 등 총 1300명이 근무 중이다. 롯데 소속 직원의 경우 희망에 따라 유급 휴가ㆍ전보를 결정했다. 입점 브랜드 파견 직원의 경우 90%가량 다른 업체ㆍ지점ㆍ브랜드 등으로 근무처를 옮긴다.

특히 입점 브랜드 별로 고용 여건이 다른 파견 직원들은 업장 폐점에 따른 영향에서 가장 취약하다. 월드타워점 폐점이 확정되면서 인력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이전을 결정하거나, 주변 소개를 받았다. 한 직원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서 면세 판매업에 대한 회의감도 느껴 이참에 직종을 떠나는 이들도 많다고 고백했다. 가정 생계에 직결되는 고연령 근무자의 경우 그나마도 쉽지 않다고 했다.

한 입점 브랜드 직원은 “10년 전 일본인 관광객을 위주로 한 면세업이 활황일 때, 일본어 실력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최근 유커 고객 상대로 바뀌면서 간단한 중국어를 추가로 배워 업무를 이어나간 분들이 많다. 그 경우 월드타워점 폐점에 따른 새로운 근무지 구직 활동을 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 가운데 롯데면세점 소공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이어 매출 기준 3위(6113억 원)를 기록하는 등 업장 자체 경쟁력을 갖췄으나, 신동주ㆍ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 등으로 지난해 말 특허권 연장에 실패했다. 최근에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면세점 입점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연말 특허 재도전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수입화장품 30%, 선글라스 60% 할인 등 고객 사은 차원의 월드타워점 자체 ‘땡큐 세일’은 26일까지 계속된다. 회사 측은 유통업 노하우를 살려 수입품 재고 관리에 차질을 피한다 해도, 오락가락 면세 특허제도에 실직 불안감만 커가는 직원들은 적막한 공기만 들이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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