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원의 세상 풍경] 강릉 바우길

입력 2016-06-2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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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바야흐로 여름이다. 곧 휴가철이 다가온다. 올여름엔 어디로 휴가를 떠날까 미리 계획을 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해외여행도 좋고 국내여행도 좋다. 그중에 우리나라 국토를 내 발로 걸어서 답사하는 것은 어떨까?

6년 전 잠시 소설 쓰기를 멈추고 몇 년간 대관령에서 동쪽 강릉 바닷가까지 트레킹 코스를 탐사한 적이 있다. 그 길이 바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올레 다음으로 찾는 사람이 많은 ‘강릉바우길’이다.

현재 17개 코스 총연장 280km의 트레킹 코스가 만들어져 있다. 사람의 이름이 그렇듯 새로 만들어진 길도 이름이 중요하다. 강원도와 강원도 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때 ‘감자바우’라고 하듯 이 트레킹 코스 역시 강원도의 산천답게 인간친화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이름으로 ‘강릉바우길’이라고 지었다. 여러 자료를 찾다 보니 바우(Bau)는 또 그리스 신화의 모태와도 같은 바빌론 신화에 손으로 한 번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죽을병을 낫게 하는 위대한 건강의 여신으로, 이 길을 걸으면 바우 여신의 축복처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것이라는 염원을 담았다.

이 길은 6년 전 처음 탐사할 때부터 뛰어난 자연경관과 국내 전체 걷는 길 가운데 숲길과 흙길이 가장 많은 최상의 트레킹 코스로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들의 입소문으로 일찍부터 제주 올레, 지리산 둘레길과 함께 한국의 3대 트레킹 코스로 자리 잡았다.

대관령에서부터 동쪽으로 한 지역 안에 있는 길이어도 17개 코스가 저마다 모습이 달라 서로 비슷한 길이 없다. 거의 모든 코스가 바다를 함께 바라보고 걷는 길이긴 하지만 길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다.

바우길의 첫 구간으로 대관령 휴게소에서 출발하는 ‘선자령 풍차길’처럼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백두대간의 등줄기를 밟고 걷는 길도 있고, ‘대관령 옛길’처럼 조상님들이 발길을 따라 역사와 문화유적을 살피며 산맥에서 바다로 나아가는 길도 있고, 강릉 사천 해변에서 경포를 거쳐 남항진까지 동양 최대의 해송숲길을 걷는 길도 있고, 정동진역에서 출발해 옥계 해변까지 야트막한 산과 바다 옆의 헌화로를 따라 걷는 길도 있다. 또 산촌의 숲길과 들길과 둑방길과 마을길을 번갈아 걸어 백두대간 산길에서 바다까지 한달음에 나오는 길도 있다.

강릉바우길은 모든 코스가 강원도의 자랑과도 같은 금강소나무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파도가 밀려드는 해변까지도 금강소나무숲 사이로 길이 나 있다. 소나무숲길은 그곳에서 휴식하며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그 넓은 땅에도 나무 기둥도 붉고 속살도 붉은 금강소나무는 없다. 그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들은 기둥도 붉고 속살도 붉은 금강소나무를 ‘조선소나무’라고 부르다가 ‘조선’이라는 말조차 빼버리고 ‘적송’이라고 불렀는데, 우리나라 모든 땅에 금강소나무가 울울창창한 것은 아니다. 경북 지역과 강원도 지역으로 띠처럼 군락 지어 자란다.

또 대관령길은 일찍이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을 앞세우고 어머니를 그리며 걸은 길이다. 김홍도도 이 길을 걷던 중 대관령의 절경에 반해 대관령 그림을 남겼으며, 송강 정철 역시 이 길을 넘어 ‘관동별곡’을 남겼다. 신라향가 ‘헌화가’의 무대인 정동진의 붉은 해안단구길 등 한 코스 한 코스마다 선인들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함께한다.

꼭 휴가 때가 아니라도 주말마다 찾아와 한 구간씩 이어걷기를 해도 참 좋은 길이다. 강릉바우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도 1만 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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