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 바 ‘브렉시트(Brexit)’ 찬반 국민투표를 다시 하자는 여론을 뿌리치고 탈퇴 준비를 위한 부서를 설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영국 내각에 새롭게 차려진 부서는 재무부와 외무부 당국자들로 구성, 영국이 1973년에 가입한 EU 탈퇴를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선다. 헬렌 바워 총리 대변인은 “국민투표를 다시 하자는 여론에 대해 캐머런 총리는 전혀 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기자단에게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 ‘총리와의 질의응답’에서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의문은 있을 수 없다. 나는 분명하다. (국민투표) 결정은 수용돼야만 한다는 데 내각이 동의했다”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최선의 방법으로 결정을 이행하는 절차가 시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캐머런 총리는 “EU 이탈과 그에 따른 조정은 순탄한 항해가 되지 않겠지만 영국은 강하게 미래에 맞설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영국은 EU와의 미래 관계에 대해서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탈퇴를 정식 신청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탈퇴 절차를 개시할 리스본 조약 50조를 영국 정부가 발동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양해해줄 뜻을 있음을 시사했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 24일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온 지 2시간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영국은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사의를 표했다. 그러나 관저로 돌아온 캐머런은 측근들에게 “왜 내가 탈퇴파 때문에 빌어먹을 짓을 해야 하느냐”며 하소연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전했다.
현재 세계는 브렉시트로 온통 어수선하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27일에도 하락해 198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민투표 결과 발표 후 캐머런 총리가 사의를 표하면서 영국 정부는 사령탑을 잃은 상황. 이런 가운데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에서는 독립 찬반 투표 실시 가능성이 부상했다.
또 여당인 보수당은 캐머런 총리 사퇴에 따른 당수 선거 일정을 앞당겨 9월 2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 내 탈퇴파와 잔류파는 갈라진 민심 수습에 여념이 없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27일 시장 개장 전에 침묵을 깨고 “영국 경제의 불가피한 조정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결의를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탈퇴파에서 차기 총리 물망에 오른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은 “부정적인 결과만 부각되고 긍정적인 면이 무시되고 있다”며 “손을 내밀어 상처를 치료해야 한다. 환멸과 상실감, 동요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리를 연결해야 한다”며 잔류 쪽에 섰던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는 데에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