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EU 정상들을 베르린으로 초청해 영국의 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2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들은 회의에서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의 결속을 다짐하고, 영국 없는 EU의 구체적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9월에 정상회의를 다시 소집하기로 합의했다. 영국에 대해서는 조기에 탈퇴 협상 진행을 촉구했지만, 영국 정치 혼란으로 바로 시작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유럽의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이 같은 길을 걷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테러 차단과 국경 등 치안 대책, 고용 문제 같은 유럽을 위협하는 과제에 대해 공동 전선을 펴기로 하고, 우선 28~29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9월 정상 회의를 다시 소집해 그때 결과를 이끌어 낼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회의에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정상은 남은 회원국들 사이에서 유럽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확산하는 걸 특히 우려했다. 메르켈 총리는 “원심력이 작동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위기감을 표시했다.
EU는 28일 영국을 포함한 EU 전체 차원에서 대 러시아 정책 등을 논의하고, 7월에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 회의에 대비하는 등 일정이 빠듯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3개국 정상들은 영국이 EU로부터의 탈퇴 협상을 조기에 들어가도록 외교 압력을 가하기로 합의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가능한한 빨리 해야 한다. 시간을 잃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대영 정책에 대해서는 3국 정상 간에도 미묘한 온도차는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정상과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영국에 냉담한 입장이다. 이들 모두 중도 좌파 정치인으로 규제가 느슨한 영미형 경제 시스템을 문제 삼아왔다. 반면 보수 성향의 메르켈 총리는 현실 주의자로 영국 정치가 혼란을 겪고 있어 억지로 협상을 진행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영국의 탈퇴 협상도, 나머지 EU 회원국의 후속책이 나오려면 9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발 유럽 혼란이 그때까지 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