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도, 용도도 못정한 ‘깜깜이 추경’

입력 2016-06-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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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발표하면서 “어디에 쓸지 몰라…정해진 것 없다”… 부처 요구·심의 거쳐 확정해야

정부가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약 10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을 포함해 20조 원 이상의 재정보강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확한 추경 규모와 사용처는 따로 밝히지 않아 올해도 여전히 ‘깜깜이’ 추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들어 추경을 하는 것은 이번이 벌써 3번째다. 2013년에 경기 침체로 세수결손이 커지자 17조3000억 원의 추경을 편성했고 2015년에도 메르스로 내수침체 등이 예상되자 11조5000억 원의 추경을 했다.

올해 추경 규모는 약 10조 원이다. 아직 정확한 규모가 정해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호승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딱 10조 원이라고 말할 순 없다” 며 “마지막 추계작업을 거쳐 약간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디에 쓸지 사용처도 정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추경은 구조조정 실업 대책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선심성 예산 요구나 추경과 무관한 문제로 국회 처리가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각 부처가 잘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같은 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민간 부문의 활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일자리 여건도 좋지 않다”고 추경 배경을 설명했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조차 추경을 어디에 쓸지 생각이 다른 모습이다.

깜깜이 추경은 올해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추경을 하기로 일단 정하고 어디에 쓸지 부랴부랴 각 부처에 요구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그러다 보니 추경에 맞지 않는 사업들도 이 혼란을 틈타 끼어들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유일호 부총리는 추경이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가 갑자기 추경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깜깜이 추경을 만드는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추경을 하려면 기재부 예산실은 내년 예산을 짜듯이 똑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각 부처의 추경 요구를 모아서 심의를 하고 확정해 편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 해 12월에 국회에서 다음 해 정부 예산이 결정된다. 올해처럼 갑자기 추경을 결정하면 편성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 관계자는 “추경을 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최고의 정치적인 의사결정과정이기 때문에 규모나 사용처를 미리 정할 수는 없는 것 같다”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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