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 중 하나인 ‘어린 왕자’에 나오는 명구다. 1900년 6월 29일 우리에게 ‘어린 왕자’를 남긴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조종사인 앙투안 마리 로제 드 생텍쥐페리가 태어났다.
그는 1921년 입대해 그 다음 해 비행기 조종 면허를 따면서 조종사 겸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제대 후인 1926년엔 민간 항공사에 들어가 북아프리카에서 정기 우편 비행을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남방우편기’ ‘야간비행’ ‘인간의 대지’ 등 서정적 항공문학 작품을 남겼다. 그는 항공문학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함락되자 미국으로 망명해 1943년 그의 이름을 길이 기억되게 만든 ‘어린 왕자’를 출간했다. 160여 개국에서 2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판됐고 여러 차례 영화화한 이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1억 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직접 그린 삽화 중 하나는 지난 5월 말 프랑스 파리 경매에서 13만3200유로(약 1억770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죽음도 극적이고 미스터리였다. 생텍쥐페리는 미군 소속으로 참전해 1944년 7월 31일 지중해 상공에서 정찰 비행을 하다 실종됐다. 그런데 1988년 9월 한 어부가 생텍쥐페리와 아내 콘수엘로의 이름이 새겨진 팔찌를 발견했다. 이어 2000년 5월에는 한 잠수부가 비행기 파편을 발견했다. 프랑스 정부는 면밀한 조사를 거쳐 2004년에 생텍쥐페리가 몰았던 비행기의 잔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2008년에는 자신이 생텍쥐페리를 격추했다는 독일 공군 조종사의 증언까지 나왔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유럽 화폐가 유로화로 통일되기 전까지 프랑스의 50프랑 지폐에 생텍쥐페리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