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재계가 손잡고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가족친화 직장문화를 만들기 캠페인에 나선다. 퇴근 후 카톡 금지ㆍ휴가사유 없애기 등을 실천하는 것이 골자다. 스마트폰 탓에 초과근무가 만연하고 자녀를 둔 워킹맘ㆍ워킹대디가 상사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휴가를 쓰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민관이 뜻을 모은 셈이다.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서울 고용센터에서 열린 ‘제2차 일ㆍ가정 양립 민관협의회’에서 고용부를 비롯한 기획재정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 등은 올해 하반기부터 일ㆍ가정 양립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민관 공동 캠페인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관협의회가 정한 4대 캠페인 중 하나는 휴가사유 없애기다. 휴가신청시 사유를 적어 내기 때문에 사내눈치를 보느라 일하는 엄마나 아빠들이 육아를 위해 마음껏 휴가를 쓰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이를 없애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일ㆍ가정 양립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실제 경제5단체가 이달 직장인 50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직장인 10명 중 3명(31.7%)은 휴가사유를 실제와 다르게 적어낸 경험이 있으며, ‘휴가사유를 기재하지 않는 것이 휴가이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과반수를 넘는 것(54.2%)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공부문은 인사혁신처, 기재부 등과 협의를 통해, 민간부문은 경제5단체와 함께 실천운동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활동성과는 연말까지 ‘일家양득 컨퍼런스’ 등에서 공유한다.
근무시간 외 전화ㆍ문자ㆍ카톡 등의 사용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을 통해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 찾기에도 나선다. 개인차원에서 업무 관련 연락을 거부하는 경우 무례하게 비춰질 수 있는 만큼 기관 차원에서 공동 응답 문자 등을 개발ㆍ활용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무시간 이외 업무 연락에 대해서는 내부 규정상 부득이 응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길 바라며 근무시간에 다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문자다.
우리나라에서는 LG 유플러스가 오후 10시 이후 업무 카톡을 보내거나 휴일에 업무지시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마련했다. 이를 위반한 상급자에 대해서 보직해임한다는 지침을 전 부서에 내려보내기로 했다. 고용부 내부에서도 근무시간 외 카톡을 보내거나 받지 않는 캠페인을 시범적으로 시행 중이다. 이 두가지 캠페인은 공공부문의 경우 기재부 등과 협의해, 민간 부문은 경제5단체와 함께 전개하기로 했다.
협의회는 또 7월말~8월까지 일·가정 양립 문화를 저해하는 언어와 권장하는 직장언어, 사자성어, 신조어 등을 이벤트 형식으로 공모ㆍ선정하기로 했다. 권장어(응원하는 말)는 “퇴근할 때 인사하지 맙시다”, “휴가좀 써”, “(육아로 약간 지각했을 때) 애보기 힘들지?” 등이다. 반대로 “(갑작스런 회식을 제안하며)저녁만 먹고 가”, “(휴가결재시) 휴가 가서 뭐하려고?”, “(퇴근시 업무를 주며) 내일 아침에 보자”,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면서) 김대리, 승진해야지!” 등은 저해어(구박하는 말)다.
선정된 문구 등은 카드뉴스 등으로 제작해 고용부 등 정부부처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SNS),경제5단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민관은 최고경영자(CEO)의 실천선언 영상홍보, 중소기업 CEO 등의 릴레이 동참 등 ‘CEO 참여 기업문화 개선 캠페인’도 집중 전개한다.
한편 정부는 이날 협의회에서 남성의 육아·가사 참여와 일ㆍ가정 양립의 획기적 인식 개선을 위해 1~3개월 단기 남성 육아휴직의 동참을 유도하고 부진사업장에 대해선 공공기관ㆍ대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개선을 적극 독려키로 했다.
또 중소ㆍ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대체인력연계를 활성화하고 연간 사업장 500곳을 대상으로 모성보호 근로감독(위반 정도가 심한 사업장 30곳은 기획감독)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직장어린이집 의무이행률을 60%까지 높이고 중소기업 사업주를 대상으로 직장어린이집 설치지원을 위한 핫라인을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고영선 고용부 차관은 “전일제 위주의 조직문화와 장시간 근로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민관이 힘을 합쳐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면서 “민관 공동캠페인을 통해 근로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일·가정 양립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