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여성에 대한 구체적 담론과 이미지를 생산하고 사람들에게 여성을 특정한 시각에서 바라보게끔 무의식적으로 호명한다는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의 주장처럼 데프콘 멘트와 김혜수 대사는 매스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이대와 여대, 여성을 어떻게 재현하는지와, 이 재현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드러낸다.
또한 언어는 우리의 무의식을 만들고, 우리는 그 언어의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고 특정 계급과 특정 언어의 밀착 관계에 의해 권력의 수직적 위계질서가 고착된다는 언어기호학자 롤랑 바르트의 지적처럼 데프콘 멘트와 김혜수 대사는 이대와 여대, 여성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와 남성들의 시선, 그 시선의 권력관계까지 파악할 수 있는 단초다.
“이대 나온 여자”라는 대사에는 대한민국에 횡행하는 학벌 지상주의와 여대에 대한 편견이 동시에 존재한다. “학벌 사회는 교육에서 비롯하지만, 그 본질은 사회권력의 독점에 있다. 그러나 자본의 독점이 더 지배적인 2016년 지금은 학벌이 권력을 보장하기는커녕 가끔은 학벌조차 실패하고 있다.” 지난 3월 시민모임 ‘학벌 없는 사회’가 밝힌 해체 이유는 상당 부분 설득력이 있지만, 여전히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소위 일류대로 대변되는 대학서열 체제, 학벌 사회, 학벌을 통한 신분의 대물림과 학벌이 만들어낸 권력관계가 우리 사회에 엄존하고 있다.
도박판을 수사하는 경찰을 향해 정 마담이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말하는 모습은 명문대가 우리 사회에 갖는 유·무형의 권력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대와 여대를 대상화하고 타자화하는 남성 우월주의적 시선도 노출한다. 매스미디어와 대중문화에선 “서울대 나온 여자야” “고려대 나온 여자야”라는 대사나 말은 좀처럼 들을 수 없다. “이대 나온 여자”라는 말에는 역설적이게 남성 우위의 불평등한 남녀 관계와 차별적 인식이 일상화해 여성에게조차 내면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속 “이대 나온 여자”라는 대사는 “이대 가서 시집이나 잘 가라”라고 말하는 현실 속 사람들을 배가시킨다.
‘1박 2일’의 데프콘이 언급한 “꽃들이 움직인다. 꽃들이 말을 해”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교라는 학문과 인격을 도야하는 공간의 학생이 아닌 꽃이라는 용어를 구사한 의식의 저변에는 여성을 대상화하고 성(性)을 상품화하는 남성 중심적 시각이 자리한다. 영화, 광고,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는 여성을 대상화하고 성 상품화하는 것들로 넘쳐난다. 여대생 혹은 여성을 남성의 보조적이고 장식적 의미가 있는 ‘꽃’이라고 명명하는 것 역시 대표적 사례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미디어 문화와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라는 논문에서 적시하듯 여성이라는 주체성과 정체성은 역사적으로 만들어지고 사회적으로 구성되며 정치적으로 변화되는데, 그 형성과 변환의 핵심 기제는 매스미디어와 대중문화다.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바꾸려면 ‘1박 2일’처럼 여대생을 꽃으로 명명하는 행태부터 사라져야 한다. 성차별, 여성에 대한 부정과 폭력, 여성의 성적 대상화 등 다양한 양태로 드러나는 여성 혐오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2016년 대한민국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