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사촌 형제간 계열분리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SK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삼남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화학계열사 분리를 시도하고 있다.
SK그룹은 최종건 회장이 48세의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별세하면서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후 최종현 회장도 갑작스럽게 별세하자 SK家 2세들은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해 모든 지분상속을 최태원 회장에게 몰아줬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지배구조 재편 작업과 함께 사촌경영과 형제경영 등 명확한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SK家에서는 최종건 창업주의 아들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과 고 최종현 회장의 두 아들인 최태원 회장, 최재원 부회장 등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SK건설 보유 지분을 모두 정리하면서 계열분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은 지난 4월 보유 중이던 SK건설 주식 156만9326주(4.45%) 전량을 매도했다. 처분금액은 주당 3만3000원으로 모두 517억8800만 원 규모다. SK건설은 지주사인 SK가 지분 44.48%를 가지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SK케미칼이 28.2%로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재계에서는 최 부회장이 SK건설 매각대금을 가지고 SK케미칼 경영권 안정을 위한 지분 추가 매입을 점치고 있다. 최 부회장의 SK케미칼 지분 17.0%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최 부회장은 SK케미칼→SK가스→SKD&D로 이어지는 소그룹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 부회장이 SK케미칼을 SK그룹에서 계열 분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최 부회장이 보유한 SK케미칼 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지분 매입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종건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최신원 회장 역시 SK네트웍스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SKC와 SK네트웍스 지분을 각각 1.6%, 0.53%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SK네트웍스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면서 지배력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창업주의 2세들이 그룹의 모태가 된 케미칼 사업부분 위주로 지분을 늘려 SK로부터 독립할 것이라는 전망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지난해 수용 중이던 최태원 회장이 석방되면서 SK그룹 등기이사직에 복귀했기 때문에 창업주 일가의 계열분리 준비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