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파나마운하에 대처하는 韓·日의 상반된 자세

입력 2016-07-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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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가 9년간의 확장 공사를 마치고 지난달 26일 문을 열었다. 개통식 날 새 운하를 처음 지나간 배는 중국 COSCO의 9400TEU형 컨테이너선인 ‘쉬핑 파나마’호였다. 파나마 운하의 본격적인 상업 운항이 시작된 27일 가장 먼저 이곳을 통과한 선박은 일본 선사인 NYK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 선박 ‘린덴 프라이드(적재량 4만6000톤급)’호이다. ‘쉬핑 파나마’와 ‘린덴 프라이드’호는 새롭게 꾸민 파나마 운하를 지나면서 전 세계적인 이목을 받았다.

전 세계 수많은 선사 중 중국, 일본 선사가 이런 행운을 누리게 된 것은 우연일까. 물론 제비뽑기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엔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필연적인 요소들이 많다. 특히 일본 선사의 경우 첫 상용화 이후 통과한 선사인 만큼 의미가 크다.

사실 일본 정부와 파나마 정부는 오래전부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일본 정부는 자국 내 민간기업이 파나마 운하 확장과 연계되는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파나마 정부를 설득하고 지원해왔다. 파나마 정부 역시 향후 허브 포트로 육성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본에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파나마 정부가 원하는 것은 돈을 버는 것이며, 일본 정부는 양 국가 정부 간 채널을 형성한 후 일본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준 것”이라며 “일본 기업들은 파나마 운하 운영에 필요한 장비 등 다양한 설비들을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파나마 운하 개통일보다 5개월이나 앞선 1월 파나마 수출 결실을 이뤄냈다. 당시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과 파나마 정부가 파나마 운하를 횡단하는 도시 내 교통수단으로 일본 모노레일을 도입키로 기본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총 사업비는 약 2300억 엔(약 2조3700억 원)으로 히타치제작소를 중심으로 한 일본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차량과 운행 시스템, 보수·점검사업 등을 수주하게 될 전망이다. 일본 모노레일이 중남미 국가에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파나마 정부는 일본에 자금 협력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 정부와 너무나도 상반된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이 임박해서야 대응 방법에 대한 늑장 논의를 벌이는 등 적절히 대처를 못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확장 개통 불과 3일 전인 지난달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함께 ‘파나마 운하 확장 영향 및 대응’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는 확장 개통 예정인 파나마 운하가 세계 해운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국내 기업의 대응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날 열린 세미나에서 내린 결론은 “1만~1만3000TEU급 선박 수가 다른 나라보다 적으니 정책금융으로 확보하자”였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도 공감하는 뻔한 결론이다. 발 빠르게 대응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정부의 모습은 언제쯤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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