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청와대가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를 알고도 4조2000억 원의 나랏돈을 지원한 정황이 포착됐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작성해 지난해 10월 22일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제출한 대우조선 관련 문건을 입수해 4일 공개했다. 당시 서별관회의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등이 참석했다.
문건에는 “대우조선에 5조 원 이상의 부실이 현실화돼 사실 관계 규명을 위해 감리가 필요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감독원이 그간 자발적 소명 기회를 부여했으나 회사(대우조선)는 소명 자료 제출에 소극적”이라고 적혀 있다.
문건에는 대우조선이 금감원에 자료 제출을 꺼린 이유와 관련, 금감원이 회계 감리에 착수하게 되면 회사의 신용도가 하락하고 수주에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이미 수주한 물량도 취소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내용도 있었다. 대우조선은 또 주식이나 채권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의 법적 소송마저 예상된다고 했다. 문건에는 산업은행이 투자자 소송 규모가 최소 5800억 원, 최대 1조1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이 산업은행의 감사 과정에서 대우조선의 일부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조사를 검토 중이라는 내용과 검찰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을 배임 혐의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언급돼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선 대우조선의 분식회계에 대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산은의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 진행 상황을 감안해 금감원이 감리 개시 여부를 결정해 추진한다”고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청와대가 대우조선의 부실에 눈감고 대규모 혈세를 투입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회의 일주일 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4조200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 내용을 담은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금감원의 감리는 자료 제출 기피로 결정되지 못하다가 실사 결과가 나온 뒤인 12월 10일이 돼서야 결정됐다. 이어 감사원이 산은에 대한 감사를 펼치다 1조5000억 원의 분식회계 의혹을 금감원에 통보하자 정밀 감리에 돌입했다.
홍익표 의원은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정부가 대우조선의 회계분식 의혹을 인지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 없이 지원 방안을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