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를 주도했던 나이절 파라지 당수가 4일(현지시간) 사임을 표명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차기 총리 레이스를 포기하고 그와 더불어 EU 탈퇴를 주도했던 파라지마저 무대에서 퇴장하면서 브렉시트 찬성파의 동요가 확산되고 있다.
파라지 당수는 이날 런던 기자회견에서 “영국의 EU 탈퇴로 나의 역할을 완수했다”며 “정치 경력이 내가 항상 원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나의 삶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파라지 당수는 영국이 그동안 EU에 냈던 분담금을 사회보장으로 돌릴 수 있다는 등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에 내걸었던 공약을 철회해 비판이 고조되고 있었다. 그는 한 TV쇼에서 “EU 분담금을 국민건강서비스(NHS)로 돌리겠다는 공약은 실수였다”고 밝혀 영국 내에서 무책임하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졌다.
파라지는 지난 2010년 UKIP 당수로 취임해 EU 이탈과 반(反) 이민 정책을 전면으로 내거는 등 과격한 주장을 펼쳐왔다. 반이슬람 등 차별적 발언이 종종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UKIP의 이민 규제 호소는 상당한 호응을 얻어 브렉시트 찬성 진영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영국 선거제도는 큰 정당에 유리한 단순 소선거구제이기 때문에 UKIP은 하원의원이 더글러스 카스웰 한 명 밖에 없다. 파라지 자신도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했다. 카스웰 의원은 이날 자신이 파라지의 뒤를 이어 UKIP 당수에 오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파라지는 앞으로도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은 계속한다. 그는 “영국과 EU의 탈퇴 협상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며 “브렉시트에서 퇴보하는 어떤 움직임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