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 상반기 결산]준비 덜된 ISA·너무 푼 펀드 규제… 투심은 여전히 꽁꽁

입력 2016-07-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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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자본시장…투자·규제 이슈

“이렇게 풀어도 되나?”

올해 상반기 금융당국이 금융상품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미소와 걱정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절세 혜택을 담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비과세 해외펀드 제도를 통해 국민 자산관리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도 대단했다.

그러나 연초 중국 경기 우려와 유가 하락, 미국 금리인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투심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연일 자금이 빠져나갔고 ISA는 과도한 판매 경쟁으로 1만 원짜리 ‘깡통계좌’라는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ISA, 좀 더 준비하고 나올걸 그랬나…‘수난시대’ =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 제도가 시행된 지난 3월 14일부터 6월 10일까지 216만7077명이 계좌를 개설했다. 총 가입금액은 2조 원을 넘어섰으나 계좌당 납입액은 100만 원에도 못 미치는 93만 원 수준이다.

특히 지난 1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4월 이후 한 달간 은행권에서 개설된 ISA 136만2800여 계좌의 74.3%에 해당하는 101만3600여 개가 가입 금액이 1만 원 이하였다. 100원 이하가 예치된 초소형 계좌도 2만8100여 개(2%)나 됐다. 판매사 직원들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만든 깡통계좌가 대부분인 것이다.

ISA 투자자금은 대부분 예·적금과 역 환매조건부채권(RP)에 몰렸다. 애초 금융당국의 목표와 달리 공모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안전자산에만 머물면서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국회에서는 ISA 가입대상과 운용기간, 비과세 한도 등을 확대해 통합 비과세 계좌를 만들겠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반면, 약 6년 만에 부활한 해외 비과세펀드는 기대만큼 빠르진 않지만 내실 있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월 29일 제도 시행 후 5월 말까지 총 13만 계좌, 약 5460억 원 규모가 판매됐다. 계좌당 납입액은 보험·직판 762만 원, 증권 460만 원, 은행 371만 원으로 투자 실수요자가 ISA에 비해 비교적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펀드 시장 띄우자…규제 대폭 완화 = 공모펀드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은 공모펀드 성과보수,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 재간접 펀드 등을 허용하며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자산운용사 인가 규제도 완화해 1그룹 내 2개 이상 운용사가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공모펀드 보수 체계에서는 성과보수 수취 가능 요건이 엄격히 설정돼 현재 성과보수를 받는 공모펀드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기존에 성과보수를 적용할 때 필요했던 최소 투자금액 기준을 폐지하고 개방형 펀드도 성과보수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운용사가 펀드에 손실이 났을 때 우선 충당(후순위 투자)하는 경우에는 20~30%의 높은 성과보수와 운용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운용사와 투자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 운용사의 자사 공모펀드 투자도 의무화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나친 규제완화가 또 다른 형태의 자전거래와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운용사가 특정 펀드를 밀어주면서 높은 성과보수를 받고 해당 수익으로 손실이 난 펀드를 메우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그룹사 내 복수의 운용사를 허용한 부문도 지주회사 내 자전거래가 쉬워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매도 잔고 공시 시작, 8월부턴 거래시간도 연장 = 상반기를 마무리 짓는 지난 6월 30일 공매도 잔고 공시 제도가 시행됐다. 30일부터 상장주식 총수 대비 0.5% 이상 보유한 개인·법인·대리인은 공시 의무가 발생했고 이날 오후 6시에 최초로 공시될 예정이다.

오는 8월 1일부터는 주식·외환시장 정규 거래시간이 현행 오전 9시~오후 3시에서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으로 30분 연장된다. 독립투자자문사(IFA) 제도도 관련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오는 11월부터 서비스가 개시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뿐 아니라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단속 등을 위해 규제 강도를 높이며 양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가 6월 말 브렉시트 위기도 잘 넘긴 만큼 하반기에는 현재 진행 중인 제도들이 더욱 잘 정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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