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해변에 갈 몸매 준비됐나요?

입력 2016-07-0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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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해변에 갈 몸매 준비됐나요?(Are you beach body ready?)’ 노란색 비키니를 입은 마른 몸매의 여성 모델 위에 쓰인 광고 문구다. 영국 런던 지하철역에 붙은 다이어트 관련 회사 프로테인 월드의 단백질 보충제 광고다. 이 광고가 사라진다. 5월 취임한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이 건강하지 않거나 비현실적 신체 이미지를 강조하는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광고를 근절하겠다는 공약에 따라 이달부터 철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칸 시장은 “10대의 두 딸을 둔 아빠로서 이러한 광고는 매우 염려스럽다. 대중 특히 여성을 비하하고 자기 몸을 수치스럽게 여기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이용자가 광고 속 모델의 비현실적인 몸매 때문에 압박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칸 시장의 조치에 런던 시민들은 박수를 보낸다. 우울하게도 그 정반대의 풍경이 우리 지하철역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서울 신사역을 비롯한 수많은 지하철역에는 ‘V 라인으로 예뻐지자’ ‘눈, 코, 그리고 안면윤곽의 조화!’ ‘누군가의 모델이 되고 싶다’ 등 광고 문구와 함께 성형수술을 한 여성 얼굴을 강조하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한 모델을 내세우며 성형수술을 강권하는 광고판으로 넘쳐난다. 서울 신사역과 압구정역 두 곳에 설치된 성형 전문병원 광고판만 170여 개에 이른다. 물론 다이어트 관련 광고판도 적지 않다.

이용제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최근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 여성 7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체형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자 중 41.4%(295명)는 정상 체중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중 67.8%(200명)는 건강관리가 아닌 균형 잡힌 외모를 갖기 위해 체중 조절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못된 체형 인식을 가진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과 비교했을 때 금식 또는 폭식하거나, 무리하게 다이어트 약을 먹는 등 과격한 체중 조절을 할 가능성이 크고 우울증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끼는 위험도도 높다”고 경고한 이용제 교수는 “날씬한 몸매를 띄워주는 광고, 미디어의 영향으로 마른 체형에 대한 선호 현상이 우려할 수준이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교수의 비판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늘도 TV를 비롯한 미디어와 광고는 성형수술 연예인과 머슬퀸 대회 입상자, 동안?S라인 모델들을 끊임없이 전시하고 ‘꿀벅지’ ‘王자 복근’ ‘얼짱’ ‘몸짱’ ‘엉짱’ 등의 단어들을 끝없이 현시한다. 광고와 미디어는 이상적 몸매와 외모를 제시해 수많은 사람, 특히 여성들에게 충족할 수 없는 사이비 욕망을 촉발하고 자신의 몸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한다. 이 교수의 지적처럼 마른 체형 선호와 잘못된 체형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이래야 미디어, 뷰티 기업, 성형 전문병원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널리스트 캐롤라인 냅(Caroline Knapp)은 저서 ‘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원하는가(원제 Appetites : why women want)’를 통해 50kg이 넘는 여성의 몸무게를 탐욕과 게으름의 등가물로 인식하게 하는 미디어와 사회는 수많은 여성을 고행을 거듭하는 자기 처벌과도 같은 다이어트 강박증과 거식증 환자로 내몬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와 광고는 정상적인 사람조차 몸과 외모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하는 신체변형장애 환자로 만드는 것도 부족해 이제 해변을 말라깽이 여성과 몸짱 남성만 입장할 수 있는 전유물로 만들고 있다. 해변에 갈 몸매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올여름, 몸매 신경 쓰지 말고 당당히 해변으로 향하자. 그리고 칸 런던 시장이 한 것처럼 여성을 대상화하고 자기 몸을 수치스럽게 인식하게 하는 지하철 성형?다이어트 광고판도 치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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