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건물주 갑질 vs 세입자 을질…법과 현실의 틈 ‘리쌍 건물’

입력 2016-07-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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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리쌍컴퍼니)
(출처= 리쌍컴퍼니)

힙합 듀오 리쌍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 길의 복귀 무대를 보며 뭉클했었는데…. 어찌 된 일일까요? 사정은 이렇습니다. 4년 전 리쌍은 서울 신사동에 있는 한 건물(지하 1층~지상 3층)을 샀습니다. 1층에는 곱창집이 있었는데요. 2010년부터 주인 A 씨가 운영하던 곳이었죠.

건물주가 된 리쌍은 곱창집 주인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10월 계약이 종료되면 나가달라”는 내용을 담아서 말이죠. 통보를 받은 A 씨는 황당했습니다. 가게 꾸민다고 1억 원이나 들였는데 갑자기 나가라뇨. 권리금 2억7000만 원은 또 어쩌고요. 결국 을(乙)인 그가 할 수 있는 건 ‘버티기’ 뿐이었습니다.

양측의 갈등은 반년 넘게 계속됐습니다. 그동안 길과 개리는 ‘갑질 한다’고 손가락질 받았죠. 결국 이듬해 8월 리쌍은 A 씨에게 보증금과 권리금 1억8000만 원을 주고 지하와 주차장에서 장사를 계속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강남구청에서 A 씨에게 “주차장에 친 천막을 철거하라”고 통보한 거죠. A 씨는 이번에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리쌍은 어제(7일) 법원으로부터 A 씨에 대한 퇴거 명령을 받아 강제 집행을 시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설 용역직원과 상인단체의 몸싸움이 이어졌고, 법원 집행관은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며 집행을 중지시켰고요.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측 모두 피해자입니다. 법과 현실의 간극에서 비롯된 일이니까요.

(출처= 법제처)
(출처= 법제처)

리쌍 얘기부터 들어볼까요? 법적으로 따지면 이들은 잘못한 게 없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에 따르면 환산보증금이 일정액 이하일 경우 건물주는 5년간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서울시는 그 기준이 4억 원이고요. 명동, 신사동과 같은 가게가 많은 곳(과밀억제지역)은 3억 원입니다. 이 기준을 벗어나면 건물주가 월세를 얼마를 올려도 제재할 방법이 없죠.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월세×100)’으로 따지는데요. 리쌍과 갈등을 겪고 있는 A 씨의 환산보증금은 3억4000만 원입니다. 법원이 리쌍의 손을 들어준 이유입니다.

이번엔 A 씨의 입장을 살펴보죠. 그가 억울한 건 당연합니다. 법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지난해 서울시에서 조사를 해봤는데요. 유동인구가 풍부한 상위 5개 상권의 평균 환산보증금은 7억9700만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명동이 14억3600만 원으로 가장 비싸고요. 강남대로 9억3700만 원, 청담 5억8400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가 억울하게 걸린(최우선 변제) 기준 3억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네요.

한마디로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이태원 경리단길처럼 흔히 ‘뜨는 동네’서 장사하는 사람들(임차인)은 법의 보호를 못 받는다는 얘기입니다. 3년 전 A 씨가 이 내용이 담긴 ‘임대차보호법 2조’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배경이죠.

▲2013년 기준.(출처= 중소기업청ㆍKB금융연구소)
▲2013년 기준.(출처= 중소기업청ㆍKB금융연구소)

리쌍 “가게 정리할 시간은 충분히 줬다. 법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A 씨 “현실을 담지 못한 법은 의미가 없다. 계속 장사하고 싶다.”

이들은 갑질하는 건물주도, 을질하는 세입자도 아닙니다. 법과 현실의 간극에 빠진 피해자일 뿐이죠. 갈등의 평행선을 달리는 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대화의 사다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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