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 정상, 러시아 국경에 대규모 병력 파병 결정

입력 2016-07-0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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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러시아를 경계하기 위해 동유럽에 대규모 병력을 보내기로 하면서 러시아와 NATO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NATO 회원국 정상들은 8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회의를 열고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및 리투아니아에 4000∼5000명 규모의 4개 대대를 파병하기로 했다. 이는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파병이다.

엘리사 슬롯킨 미국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 대행은 “4개 대대 파병은 냉전종식 이후로 가장 큰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파병이 승인된 지역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와 발트해 연안 3국이라는 점에서 러시아는 발끈하고 나섰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 3국은 과거 소비에트연방 소속 국가였고 지리적으로도 러시아 주요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와 바짝 붙어있다.

지난 2004년 발트 3국이 NATO에 가입했을 때 러시아가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러시아는 NATO의 대규모 파병 결정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알렉산더 그루시코 NATO 주재 러시아 대사는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NATO의 이런 움직임을 “새로운 철의 장막”을 세우는 것에 비유했다. 그는 “대립의 소용돌이를 부를 위험이 있다”며 이번 결정이 군사 행동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철의 장막’은 애초 서유럽에서 동구 공산권의 폐쇄성을 풍자할 때 쓴 말로, 동서 유럽을 가른 냉전시대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콘스탄틴 코사초프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장도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NATO의 결정은 베를린 장벽 이후에 두 번째 장벽을 세운 것”이라며 “기만적인 정상회의”라고 비난했다. NATO는 그러나 이번 결정을 통해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미리 차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분리주의 반군 세력을 남몰래 도우며 크림반도를 불법 병합했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시리아 공습에 참여하면서 미국 등 서방국가의 심기를 건드렸다. 러시아는 ‘이슬람국가(IS)’를 타격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려 테러조직이 아닌 반군 세력을 공격을 했다고 서방은 맹비난했다. 최근 양측이 냉전 이후 최악의 대립 상태에 돌입하면서 NATO는 이달 초 우크라이나 등 24개국과 함께 3만1000명이 참여하는 ‘아나콘다’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오바마 정권 초반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B-61’항공기용 핵폭탄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 같은 주장도 최근에는 쏙 들어갔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NATO 사무총장은 “그 누구도 우리 군사연합을 공격했다가는 득 볼 게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CNN 방송은 이번 NATO 정상회의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성채 앞에 늑대가 서성이고 벽 바깥에서는 바닷물이 차오르는 설상가상 상황이 벌어진 가운데 집안 어른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 가운데 부유한 친구가 찾아와 성채에서 일어나는 일을 걱정한다”고 빗대어 전했다. 난민 대거 유입, IS의 위협,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으로 유럽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미국이 서방의 안보 단속에 나선 모습을 이렇게 설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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