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홍기택 리스크 담당 부총재(CRO) 보직을 국장급으로 강등하고 새 부총재직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부총재직을 맡기 위해 약 4조원 가까이 투자한 정부에 대해 책임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AIIB는 전일 홈페이지에 신설 재무담당 부총재(Vice President-Finance), 재무국장, 회계국장, 위험관리국장 직을 모집한다는 공지를 게재했다.
기존 홍 부총재의 CRO직은 위험관리국장으로 강등되고 CFO 자리를 부총재급으로 격상한 것이다. 현재 휴직 중인 홍 부총재의 사임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날 AIIB 공모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재무담당 부총재를 포함한 AIIB 중요 고위직에 한국인이 선임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노력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홍 부총재의 거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AIIB가 새로 공모한 부총재직에는 지난달 CFO로 선임된 티에리 드 롱구에마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가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의 바람대로 후임 부총재에 한국인이 선임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한국이 실제 도전할 수 있는 보직은 국장급 세 자리뿐이다.
한국은 AIIB에 37억달러(약 4조2800억원)가 넘는 분담금을 냈다. 지분율은 3.5%로 중국(26.06%), 인도(7.51%), 러시아(5.93%), 독일(4.15%)에 이어 5번째다. 홍 부총재직을 대신 가져갈 프랑스의 지분율은 3.19%로 7번째다.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막대한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홍 부총재가 고위직에 오를 수 있었던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공방도 심화될 전망이다.
홍 부총재는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AIIB에 6개월간 휴직계를 냈다.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 지원 방안이 결정됐다며 책임을 돌린 언론 인터뷰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홍 부총재는 휴직 기간을 채운 뒤 자연스럽게 사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AIIB는 중국의 진리췬(金立群) 총재 외에 인도와 독일, 한국, 인도네시아, 영국 등 5개국이 각각 부총재를 맡고 있으며 부총재 수 제한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