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웅제약의 후계자로 지목됐던 윤재훈 전 부회장이 보유 중인 지주회사 주식 처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달부터 43회에 걸쳐 주식을 매각할 정도로 강력한 주식 처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경영권 후계구도에서 밀려나고 계열 분리된 업체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이후 회사와의 인연도 정리하는 모양새다. 다만 보유 주식의 대부분을 장내에서 팔면서 오너 일가 등 최대주주의 지분율도 지난 1년새 크게 떨어졌다. 윤 전 부회장은 대웅제약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회사 경영을 맡으며 한때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윤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은 지난해 7월부터 1년 가까이 '진행형'이다. 윤 전 부회장은 지난해 6월까지 대웅의 주식을 9.70%을 보유해 당시 윤영환 회장의 장남 윤재용 씨(10.51%), 3남 윤재승 회장(11.61%), 장녀 윤영 전 부사장(5.42%) 등과 균형을 유지해왔다.
윤 전 부회장은 2012년 4월 지분율을 9.70%까지 끌어올린 이후 3년여 동안 단 한번도 지분율을 늘리거나 줄이지 않았다. 후계자 경쟁이 종지부를 찍은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던 이유다.
윤 전 부회장은 지난해 8월10일 보유 주식 231주를 장내매도한 이후로 조금씩 주식을 시장에서 내다팔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까지 22회에 걸쳐 주식을 팔면서 지분율은 9.16%까지 내려갔다.
올해 들어 윤 전 부회장의 주식 처분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1월에 13회(4만4635주), 2월에 3회(2324주), 3월에 12회(16만2376주) 동안 주식을 장내에서 팔았고 지난달에는 무려 37회에 걸쳐 38만5763주(3.32%)를 장내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도 주식 처분 행보를 지속하면서 보유 지분율은 1년만에 9.70%에서 2.97%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매각 대금은 총 491억원에 달한다.
다만 윤 전 부회장이 대웅이나 다른 오너 일가와의 시간외매매가 아닌 장내에서 주식을 파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시장에서 자꾸 주식을 내다팔면 주가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부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총 9번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윤 전 부회장은 지난 6월7일 두 번에 걸쳐 4만9872주를 매각했는데, 이날 대웅 주식 전체 거래량 7만4974주의 66.5%를 윤 전 부회장 1인의 거래가 차지할 정도로 시장에 던지는 주식량이 많았다.
업계에서는 대웅제약의 경영권 후계구도가 마무리되면서 윤 전 부회장이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회사와의 인연을 정리하려는 의도로 분석한다.
당초 대웅제약의 경영권 승계구도는 윤 전 부회장과 3남 윤재승 회장이 경합을 벌이는 형국이었다. 검사 출신인 윤 회장은 1997년부터 12년간 대웅제약 대표이사를 역임하다 2009년 윤 전 부회장에게 대웅제약 대표이사직을 넘겨줬다. 3년 후인 2012년 대표이사 자리를 탈환하면서 윤 전 부회장은 회사 경영에 손을 뗐고 윤 회장은 2014년 9월 회장으로 승진하며 대외적으로 후계경쟁의 종지부를 선언했다.
특히 지난해 말 대웅이 자회사 알피코프의 주식 36만2468주(64.75%)를 374억원에 윤 전 부회장에 처분하고 알피코프를 계열 분리하면서 윤 전 부회장이 알피코프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후계 경쟁이 마무리됐다. 알피코프는 연질캡슐 등을 만드는 제약사로 지난해 70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윤 전 부회장은 알피코프 지분 매입을 위해 대웅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렸고 대출 상환을 위해 대웅 주식 매각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윤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은 개인의 판단에 따른 행동일 뿐 회사에서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장남 재용씨가 지난해 5월 윤 회장 보유 주식 17만886주 중 각각 3만5000주씩을 대웅제약 관계사인 디엔컴퍼니와 엠서클에 넘기며 보유 지분율이 10.52%에서 6.97%로 낮아졌다. 또 윤영환 회장으로 주식 57만6000주를 기부받은 석천대웅재단도 지난해 두 차례의 시간외매매를 통해 보유 주식을 모두 정리했다.
지난해 3월말 대웅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53.67%에서 41.62%로 12.05%포인트 낮아졌다. 경영권이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1년새 10% 이상 줄어드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