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중국, 일본 등 근거리 노선에 주력해왔던 저비용 항공사(LCC)가 최근 들어 중장거리 노선을 선점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과감하게 중장거리에 먼저 뛰어든 곳은 진에어다. 진에어는 지난해 12월 국내 LCC 중에서는 최초로 장거리 노선인 인천-하와이 호놀룰루 노선에 신규 취항하며 장거리 노선을 개척했다. 이어 호놀룰루 취항 1년 만인 올해 12월에는 두 번째 장거리 노선인 인천과 호주 케언즈를 연결하는 직항 노선을 개설한다. 진에어는 인천-케언즈 노선을 오는 12월 14일부터 2개월간 주 2회 스케줄로 시범 운항한 후 정기 취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진에어는 총 393석 규모의 B777-200ER 중대형 항공기를 이 노선에 투입해 1만2000여 석을 공급할 예정이다.
다른 LCC들도 꾸준히 중거리 노선을 공략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20일 인천-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인천-태국 푸껫 등 2개 중거리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이미 괌 노선에 취항한 LCC도 다수다. 인천-괌은 제주항공과 진에어, 부산-괌은 진에어와 에어부산, 티웨이항공은 대구-괌 등 각각 중심되는 지역을 기반으로 괌 하늘길을 오가고 있다. 이스타항공 역시 인천-코타키나발루, 인천-푸껫, 부산-방콕 등 다수의 중거리 노선을 운항 중이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LCC들의 대형 항공기 도입 현상도 병행되고 있다. 진에어는 2014년 12월 장거리 운항을 위해 LCC 중 최초로 393석의 중대형 기종 B777-200ER 항공기를 도입했다. 현재 동일 기종 3대를 운항 중이며 이달 내 B777-200ER 1대를 추가 도입해 총 4대를 운항할 계획이다. 에어부산도 오는 2018년까지 A330을 도입해 장거리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다.
이처럼 해외 시장 선점에 집중하는 국내 LCC의 노력 덕분에 LCC 국제선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LCC 5개사 국제선 탑승객(319만명)은 전년 동기 대비 55.3% 불어난 반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은 8.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또 지난 5월 한 달만 보면 국내 LCC 탑승객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급증한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2.9% 감소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LCC들은 현재 중국, 일본과 동남아 중심의 영업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판단, 중장거리 노선으로 영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대형 항공사와의 치열한 경쟁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LCC들의 중장거리 노선 확대를 의식한 국내 대형 항공사들이 최근 들어 장거리 노선을 강화하는 등 노선 전략을 정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2월경 인도의 수도이자 북부 무역·상업의 중심지인 델리 취항을 준비 중이다. 또 대한항공은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전 세계로부터 매력적인 투자처로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이란 취항도 검토 중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 인천-테헤란 노선의 운수권 4회를 배분받았다. 다만 이란에서 금융거래가 원활하지 못한 점 등 시장 상황이 개선된 후 취항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 5월부터 인천-휴스턴 노선(주 7회)과 인천-파리 노선(주 8회)을 증편하고, 지난달부터 인천-토론토를 매일 운항한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달부터 인천-델리, 인천-로마 노선을 주 5회로 증편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들이 중장거리 노선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는 넓어진 선택권, 저렴한 가격 등으로 이익이 될 수 있지만 대형 항공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경험했듯이 LCC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항공권 요금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장거리 노선이라고 해도 노선 자체가 겹치는 경우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수요층도 다르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