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채권시장 큰손’ 런민은행, 자금 빼나

입력 2016-07-11 10:33 수정 2016-07-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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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보복성 자금이탈 쉽진 않겠지만… 현실화 땐 투자심리에 큰 악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발표로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중국계 자금에 대한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원화 상장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외국인 비중의 20% 가까이 차지하는 중국계 자금이 이탈하면 채권시장은 물론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3월 말 기준 원화 상장채권 17조876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외국인 보유 규모 중 18.4% 비중을 차지하며 스위스(14조4630억 원·14.8%)와 미국(14조2550억 원·14.6%)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올 2월 처음으로 미국을 넘어 국내 채권 보유 1위국이 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국계 자금의 대부분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 자금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감원에서도 국가별 채권 투자규모 공개 시 특정 투자자가 공개되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 많았다는 것을 빌미로 지난 4월부터는 국가별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민간이 아닌 중국 중앙은행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 들어와 있는 만큼 이번 사드 배치 결정으로 보복성 자금 이탈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채권 전문가는 “런민은행은 원화채권 시장의 큰손이다. 이들 자금이 이탈할 경우 일시적으로 금리가 오르며 단기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팔아도 런민은행이 손해를 보고 나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반면 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런민은행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금을 빼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자금 이탈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다만 사드 배치를 이유로 런민은행이 자금을 빼면 일시적인 금리 상승으로 인한 쇼크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는 “연초 모 펀드 환매사태처럼 일시적으로 금리가 올라 한두 달은 고생할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금리가 오르면 여타 외국 자금과 국내 기관이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 역시 중국 자금 이탈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너무 앞선 가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자금 이탈 시 여파에 대해서는 저가 매수세로도 커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영향이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한은 관계자는 “만약 중국자금 이탈로 금리가 오르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지만 중국 자금이 채권시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관건”이라며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심리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늘려오던 5년 이상 장기채 비중을 6월 들어 처음으로 줄인 상태다. 지난달 5년 이상 채권투자 규모와 비중은 각각 21조480억 원, 21.9%로 5월(24조1580억 원, 24.4%)에서 감소했다. 지난해 말에는 21조1870억 원으로 전체 18.3%를 차지했었다.

김은혜 KR선물 연구원은 “사드배치 결정은 중국, 북한과의 정치, 외교적 불안감을 부각시키며 외국인의 원화채 매도세를 부추길 것”이라며 “그러나 대기 중인 매수세가 탄탄하고 이번 주 한국은행 금통위를 앞둔 경계감에 금리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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