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새 영국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취임하는 가운데 시장은 이튿날 변동성 우려에 숨죽이고 있다.
메이 총리는 이날 보수당 대표 자격으로 여왕을 만나 내각 구성의 위임을 받고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로 돌아와 총리에 취임하게 된다. 이로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20일 만에 다우닝가 10번지의 주인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전날 유럽 주요 증시는 상승세를 연출했다. 이날 영국 FTSE 100지수는 최근 랠리에 대한 차익실현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이끌 수장이 확정되면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는 안도감이 유럽증시 분위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이같은 안정세는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계심도 만만치 않다. 현재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메이 총리 취임식 다음 날인 14일이다. 14일 EU 탈퇴 협상을 이끌 새 내각의 윤곽이 나오는 데다 브렉시트 결정 후 영란은행(BOE)의 첫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메이 신임 총리는 취임 직후 48시간 내로 새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이에 새 내각 장관은 이르면 13일 저녁부터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며 누가 등용되느냐에 따라 이튿날인 14일 시장의 움직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영란은행은 메이 총리의 취임날인 13일 통화정책회의에 들어가 이튿날 회의 결과를 발표한다. FT는 이번 회의에서 영란은행이 현재 0.5%인 기준금리를 0.25%로 내릴 가능성을 80%로 점쳤다. 전망대로라면 영란은행은 7년 4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이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전날 의회에 출석해 “경제 전망이 악화한다면 영란은행 소관과 일치하는 통화 대응 조치는 언제나 가능하다”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올 들어 13% 넘게 하락했다. 특히 지난 6일에는 영국 부동산 펀드런 우려에 31년래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영란은행이 환율 방어보다는 브렉시트에 따른 경기침체 방어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으로 해석했다. 경기가 안정돼야 파운드화 가치도 원상 복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존 레이스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란은행이 경기침체 방어와 환율 방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