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광복절 사면, 옥석도 중요하지만 역차별 없어야

입력 2016-07-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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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하기로 한 가운데 기업인 사면 여부와 대상자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광복 71주년을 맞이해 국민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희망의 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서민 생계형 사범들이 주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활성화라는 취지에 맞게 일부 기업인에 대한 사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기업인 사면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도 다시 일 조짐이다. 지난해 박 대통령이 시행한 광복절 특별사면에서도 이러한 논란은 있었다. 기업인 사면에 대한 반발 여론과 대선 당시의 공약을 의식한 듯 지난해 특사에서는 경제인 14명이 혜택을 받았지만 주요 재벌 총수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1명만 포함됐다.

박 대통령이 특별사면과 복권 등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세운 것이다. 올해 사면에서도 박 대통령은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대선 당시의 공약을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환영하는 바다.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는 하지만 법의 형평성과 사회적 통념을 크게 벗어나 남용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범죄 유형이나 죄질, 남은 형기 등을 살펴 사면 대상자를 선정하는 옥석의 구분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단순히 반재벌 정서에 떠밀려 기업인 사면을 최소화하는 역차별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사면 요건을 채웠음에도 기업인이라서, 재벌 총수라서 사면에서 배제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국내 경기도 좋지 않다. 한국 경제의 한 축이던 조선과 해운 등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노사 갈등과 지역경제 침체 등의 진통을 앓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브렉시트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등의 역풍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수출 전선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기업인 사면이 어려운 경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수치화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업인들을 풀어준다고 하루아침에 침체된 경제가 활황으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재계의 투자 확대와 청년 일자리 창출 등 경제에 소중한 단비가 될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된 최태원 회장의 행보가 이를 대변한다. 특별사면으로 수감생활을 마친 최 회장은 사면 직후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증설에 46조 원의 투자계획 발표를 비롯해, 창조경제타운의 벤처 창업기업 지원, 전역 연기 장병의 채용 등 여러 방면에서 경제에 일조했다.

경제민주화 바람이 재계를 심각하게 옥죄는 요즈음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과거의 얘기다. 지금은 오히려 ‘유전중죄’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돈 많은 기업인이라서 사면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제외하는 건 옳지 않다. 기업인들이 저지른 ‘과(過)’만큼이나 그들이 이뤄 온 ‘공(功)’도 인정해야 한다.

“재기의 기회를 주겠다”는 박 대통령의 취지처럼 사면 요건을 채운 기업인에게 역차별 없이 ‘사업보국(事業報國)’의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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