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인 김 고문변호사가 든든한 조력자로 나서면서 김 대표는 1994년 넥슨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기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김 고문변호사는 넥슨 설립부터 수년간 각종 법률 자문역을 맡으며 아들의 사업을 돕기도 했다. 현재 넥슨의 탄탄한 지배구조를 그려준 게 기업법 전문가인 부친의 영향이 컸다는 후문이다. 넥슨이 설립부터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부친의 조언 덕분이다.
김 대표는 넥슨 설립 2년 후인 1996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바람의 나라’를 출시하며 한국의 온라인게임 역사를 처음으로 썼다. 캐릭터를 만들어 인터넷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플레이하는 경험 자체가 새롭고 흥미진진했다. 그렇지만 초반 흥행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1997년에는 외환위기인 IMF까지 겹치면서 사업환경은 더 악화됐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시점에 정권을 잡은 DJ(김대중)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시대적 조류까지 맞아떨어지면서 ‘바람의 나라’는 일약 대표적인 온라인게임으로 등극했다.
2002년에는 글로벌 공략 차원에서 일본에 지사를 세웠고 2005년에는 아예 모회사를 한국법인에서 일본법인으로 바꿨다. 일본 기업이 됐다는 질타 섞인 시선도 받았지만, 넥슨 일본법인은 2011년 12월 8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도쿄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김 대표는 올해 4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한국의 50대 부자’에서 지난해보다 두 계단 상승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의 올해 재산은 41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1억7590만 달러(약 1조3420억 원)가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