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인사이드] 브렉시트, 괜한 걱정인가?

입력 2016-07-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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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 뉴욕 주재기자

요즘 미국에서는 “괜한 걱정을 했나?”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의 파장이 큰 충격 없이 잠잠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충격파가 바로 전달된 뉴욕증시도 며칠 출렁했을 뿐 바로 회복됐다. 11일(현지시간)에는 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경관의 흑인 연쇄 사살과 댈러스의 경관 저격 사건에 관심이 온통 쏠리면서 브렉시트는 먼 옛날 일 같은 느낌마저 주고 있다.

성급한 경제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경기 둔화(Brexit Drag)가 아니라 경기 부양(Brexit Boost) 효과를 주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핵심 경기지표인 비농업부문 고용이 6월에 큰 폭으로 증가했고 부동산 시장은 10년 만에 최호경기를 맞고 있으니 이런 역설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부동산시장이 급랭하고 파운드화가 폭락하고 있는 영국과는 사뭇 대비가 된다.

브렉시트가 본격 실행되면 충격이 올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세가 지속되고 부동산시장 경기는 더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심리에 묻혀버렸다.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면서 주택 구매수요는 계속 늘고 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에 대응해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늦췄고 세계 주요국들이 금리인하와 완화정책을 편 덕분이다. 정치적 중립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그럴 리 없겠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코노미스트들도 적지 않다. 저금리 효과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브렉시트의 경기부양 효과는 브라질, 러시아, 터키 등 신흥국으로도 퍼져나가고 있다. 대신흥국 투자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2% 늘었다고 JP모건이 며칠 전 밝혔다. 상당수 선진국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세계의 큰손들이 금리가 높은 신흥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안전성 면에서도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이 나쁠 게 없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판단이다.

마이너스 금리로 굴러가고 있는 세계의 자금은 총 13조 달러(약 1경5000조 원). 브렉시트 결정 이후 1조 달러(약 1154조 원)가 늘었다. 국제금융연합회(IIF)는 6월 중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돈이 167억 달러(약 19조27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과중한 부채로 허덕이고 있는 신흥국에는 단비다.

미국의 언론들은 브렉시트를 이혼에 비유하곤 한다. 영국과 EU의 결별이 오랜 시간을 함께한 부부의 이혼과 유사한 파장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공감이 간다. 1년 전 불륜조장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의 해킹 사태가 발생했을 때다. 25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 가입자들의 인적사항이 노출되자 앞으로 야기될 이혼사태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논쟁이 벌어졌다. 경기둔화(Divorce Drag)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변호사 비용에다 별거에 따른 주거비와 생활비 추가부담 등으로 인해 당사자는 물론 경제 전반에 주름이 생긴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오히려 경기부양(Divorce Boost)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저스틴 울퍼 미시간대 교수의 역설적인 주장이 판정승을 거두었다. 딴 살림을 차리게 되면 주택 수요 증가로 부동산 경기가 좋아져 다른 경기둔화 요인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사실을 계량적으로 밝혔다. 1년이 지난 지금의 미국 경기가 나쁘지 않으니 울퍼 교수의 주장이 틀렸다고 할 수도 없게 됐다.

브렉시트도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경기부양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 계량적인 접근과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브렉시트 결정 이후 주식투자 규모를 크게 확대한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사정이 미국이나 다른 신흥국과는 다르니 걱정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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