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못 믿겠다’vs‘원칙 지켜라’..6년만에 재현된 줄기세포 논쟁

입력 2016-07-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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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바스코스템' 승인 불가 방침에 알바이오 '반박'..임상시험 신뢰성 여부 공방

알바이오(옛 알앤엘바이오)가 줄기세포치료제의 조건부 승인을 두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줄기세포치료제의 임상자료가 부족하다며 자료 보완을 지시했지만 알바이오는 식약처 지시를 따를 수 없다고 버티는 모양새다.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바이오스타 줄기세포기술연구원장)의 현업 복귀와 맞물려 6년 전 펼쳐졌던 ‘무허가 줄기세포치료제 시술 논란’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네이처셀은 라정찬 대표가 설립한 바이오스타와 알바이오가 최대주주다.

◇식약처 "바스코스템 임상 신뢰한 수준 아냐"..알바이오 "임상시험서 효능 확인"

식약처는 지난 12일 과천정부청사에 소재한 경인식약청 대강당에서 바스코스템 희귀의약품 지정 검토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바스코스템은 알바이오가 임상 1/2상 시험을 완료한 버거병치료제다. 버거병은 팔이나 다리의 동맥에 염증이 생겨 동맥의 흐름 방해를 유발하는 질병으로 혈관이 막히면 괴사에 이를 수 있는 질병이다.

특정 치료제의 허가 여부를 놓고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기업이 임상시험 자료를 토대로 의약품 허가를 신청하면 식약처는 자료의 적합 여부를 따져 허가를 내준다. 자료가 미비하다고 판단되면 보완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식약처 자체적으로 의약품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판단될 경우 전문가들로 구성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자문을 구한다.

알바이오는 바스코스템의 임상 2상시험을 마치고 식약처에 희귀의약품 지정을 통한 조건부승인을 신청했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임상2상시험만 완료해도 일정 기간내 임상3상시험을 완료한다는 조건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식약처는 알바이오의 임상자료가 미비하다고 보완 지시를 내렸고 알바이오는 조건부 승인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제약회사가 식약처의 허가 절차를 문제삼고 공개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다.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업체 중 유일하게 알바이오만 식약처 허가절차를 신뢰할 수 없다고 버티는 상황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서로의 입장을 펼쳐보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는 “식약처가 사과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사과의 색깔을 말하고 있다”고 맞섰다.

식약처와 알바이오 측의 갈등의 쟁점은 간단하다. 식약처는 바스코스템의 임상자료를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조건부 승인이 불가능하다며 추가 임상시험을 요구하고 있다.

정지원 식약처 세포유전자치료제 과장은 “17명의 임상대상 환자 중 8명은 발병일이 확인되지 않거나 투약량 확인불가로 임상시험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따라서 임상시험 자료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알바이오는 자료는 충분한데도 식약처가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고 반박하는 형국이다. 식약처는 지난 2010년 알바이오(당시 알앤엘바이오)의 임상시험에 오류가 있다며 행정처분을 내렸고 알바이오 측은 과징금 5000만원으로 대체한 바 있다.

라정찬 대표는 “바스코스템은 조직의 재생을 통해 질병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키는 새로운 치료제로서 중증 버거병 환자의 보행능력 개선과 휴식기 통증을 감소시키는 유효성이 탐색됐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는 식약처와 알바이오 뿐만 아니라 양 측이 추천한 인사들간의 공방도 치열했다. 식약처 추천인사로는 이태승 분당서울대병원, 권태원 서울아산병원 교수, 강승호 연세대 교수, 이윤성 대한의학회장, 조동찬 SBS 기자, 이진성 뉴스핌 기자 등이 토론회 패널로 참여했다. 알바이오측은 유명철 한국인체조직기증원장, 이상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임상시험수탁기관 파렉셀, 문흥안 건국대 법대교수, 강호병 뉴스1 부장, 박효순 경향신문 기자 등을 추천했다.

식약처 측 추천인사는 허가 전 꼼꼼한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시각을 견지했다.

권태원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버거병은 혈관이 막히는 질환이다. 줄기세포치료제를 사용해 보행 개선에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자만 고가의 비용을 들여도 효과가 미미하게 나오면 치료법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조동찬 SBS 기자는 “희귀난치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에 신속하게 치료제를 공급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많은 환자들에게 공급되기 전에 전문가들로부터 통계적으로 입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바이오 추천인사들은 신속한 공급에 무게중심을 뒀다. 경희대 유명철 석좌교수는 "언제까지 구닥다리 대체의약품만 사용할 것이냐"면서 "효과가 중요한 만큼 신속하게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호병 뉴스1 산업1부장은 “버거병은 대체약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환자의 고통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신약 승인도 아니고 난치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점진적인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알바이오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6년 전 줄기세포치료제 무허가 시술 논란과 판박이

이번 바스코스템 허가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2010년 펼쳐졌던 알앤엘바이오의 무허가 줄기세포치료제 시술 논란과 판박이다.

2010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알앤엘바이오가 국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줄기세포치료제를 일본과 중국에서 수천명에 투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알앤엘바이오는 “환자들의 요구에 줄기세포치료제를 배양해주고 환자들이 직접 운반해 해외에서 시술 능력이 있는 의사들이 시술을 했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것은 의약품 제조행위로 볼 수 있는데, 알앤엘바이오는 줄기세포치료제를 허가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무허가 의약품 제조에 해당한다”며 철퇴를 내렸다.

식약처는 알앤엘바이오에서 사명을 변경한 케이스템셀에 전 품목 제조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고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케이스템셀은 지난해 6월 다시 사명을 알바이오로 바꿨다.

식약처와 알바이오의 갈등은 지난해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알바이오가 일본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시작하면서다.

네이처셀은 지난해 말 일본 관계사 알재팬의 협력병원 니시하라 클리닉이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중증 하지허혈성질환, 퇴행성관절염, 피부재생(미용) 등 3개 용도로 줄기세포치료제 사용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이 병원이 사용하는 줄기세포 치료기술이 이번에 논란의 중심에 선 ‘바스코스템’이다.

일본 병원에서의 시술 승인에 대해 네이처셀은 “연구 및 기술 개발 노력이 선진국인 일본에서 결실을 맺었다”면서 “일본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의 환자가 니시하라 클리닉을 통해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식약처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바스코스템을 의약품으로 허가한 것이 아니라 니시하라클리닉에서만 의사 책임 하에 사용하는 것을 승인했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바스코스템의 일본 사용 승인은 한국과 다른 줄기세포치료제 승인 절차에 따른 것이다. 한국에서는 줄기세포치료제는 의약품으로 분류돼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만 허가받을 수 있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기준을 적용한다.

일본에서는 줄기세포치료제를 ‘의약품’과 ‘시술 영역’으로 구분하는 ‘투 트랙’으로 운영한다.

일본 약사법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줄기세포치료제를 의약품으로 분류해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입증받으면 전국적인 사용을 승인한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시행된 ‘재생의료 안전성 확보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체줄기세포 등 위험도가 높지 않은 줄기세포치료제는 의료기관에서 시술 계획을 특정인증 재생의료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후생노동성의 승인을 받으면 시술을 허용토록 했다.

네이처셀 협력병원의 일본 시술 승인은 이 법률에 따른 적법한 절차다. 기존에는 의료진이 자유롭게 시술할 수 있었던 것을 일본 정부가 승인한 줄기세포치료제만 시술할 수 있도록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달 식약처장 출신인 김승희 새누리당 의원이 첨단재생의료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정한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식약처와 알바이오의 논란은 공교롭게도 라정찬 대표의 복귀 시점과 맞물려 불거졌다.

라 대표는 알앤엘바이오의 불법 시술 논란 이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 11월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선고를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라 대표가 2008∼2012년 회사 자금 600만달러와 102억5000여만원을 횡령하고 관세 3억14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라 대표는 지난해 9월 네이처셀의 신규 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집행유예 선고가 내려진 이후인 지난 1월 네이처셀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공식적으로 현업 복귀를 선언했다. 네이처셀이 식약처의 바스코스템 희귀의약품 승인 불가 입장에 대해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알바이오는 지난 1월부터 식약처의 바스코스템 희귀의약품 지정 불가를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쏟아냈다.

▲지난 1월 라정찬 대표가 바이오스타기술연구원에서 작성한 바스코스템 식약처 보완자료를 반은종 알바이오 대표에 전달하고 있다.
▲지난 1월 라정찬 대표가 바이오스타기술연구원에서 작성한 바스코스템 식약처 보완자료를 반은종 알바이오 대표에 전달하고 있다.

라 대표는 12일 열린 토론회에서 “우리는 사람들을 죽이는 길로 가는게 아니라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라면서 “진실은 하나다. 어떠한 화학 유래 의약품보다 내 몸에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해서 국소주사를 놓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식약처 의약품정책과장은 “알바이오는 미국에서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고 추가 임상시험을 하겠다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같은 자료로 사실상 시판을 하겠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최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임상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바이오업체들은 식약처 시각을 지지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대다수 업체들이 식약처의 까다로운 허가 절차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정부로부터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받은 치료제를 공급하기 위해 원칙에 따라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규제를 따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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