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중금속 니켈 성분이 들어있는 폐기물을 무단 매립해 논란에 휩싸였다. 포스코는 환경법 등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법정 기준치를 5배 가까이 초과한 중금속 오염 폐기물 120만톤을 매립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기업 포스코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14일 이투데이가 입수한 ‘포스코 중금속 오염 폐기물 매립’자료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니켈 잔류량이 법정 기준치를 초과한 페로니켈슬래그를 지난 2014년과 2015년 두차례에 걸쳐 전남 광양지역 택지개발지구와 농공단지에 약 120만톤을 매립했다. 페로니켈슬래그는 스테인레스 스틸의 주원료인 페로니켈을 생산하고 나온 폐기물이다.
페로니켈을 생산하는 포스코 계열사 SNNC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페로니켈슬래그에는 니켈 성분이 최대 480ppm까지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주거지역(대지, 택지)에서의 니켈 법정 기준치 100ppm을 5배 가까이 초과한 수치다. 발암물질로 구분되는 니켈은 말 그대로 몸에 계속 축적될 경우 암이 생길 수 있는 중금속 물질이다.
포스코는 SNNC를 통해 지난 2008년부터 페로니켈 제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나오는 페로니켈슬래그는 매년 100만톤에 달했으나, 지난해 제조 공정 2기를 추가로 준공해 올해부터 연 200만톤으로 늘어났다.
포스코는 이와 관련해 페로니켈슬래그가 철강슬래그로 분류돼 매립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철강슬래그는 일단 매립을 허용하고 있고, 매립한 뒤 주변지역에서 시료를 채취하도록 돼 있다”며 “페로니켈슬래그에 대한 니켈 용출시험 결과 니켈이 검출되지 않았고, 페로니켈슬래그가 성토재로 활용된 경우 주변토양을 오염시킬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철강슬래그와 페로니켈슬래그는 차별성이 뚜렷하다는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슬래그와 페로니켈슬래그는 원료와 제조방법, 성분이 전혀 다르다”며 “페로니켈슬래그는 유해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 관리 대상인 지정폐기물로 분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페로니켈슬래그를 광양 공장 야적장에 무단으로 방치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난 7년간 페로니켈슬래그가 공중에 흩어지면서 대기오염 문제가 제기됐지만, 이곳 공장에는 400만~500만 톤의 페로니켈슬래그가 아무런 조치 없이 쌓여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포스코 측은 “공장 야적장에 쌓여있는 페로니켈슬래그는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고정식 살수시설, 세륜 시설, 방진덮개 설치, 이동식 살수차량을 상시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포스코의 중금속 폐기물 무단 매립 논란이 확산되자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환경청의 포스코 봐주기 논란 또한 일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포스코가 하동 금성조선농공단지와 광양 와우택지개발지구에 폐기물을 매립할 당시 환경부 제출 시험성적서를 조작하거나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광양지역 지역 도로 및 부지조성 공사 현장에 100만톤의 페로니켈슬래그가 추가 매립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남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번 포스코 중금속 오염 폐기물 매립과 관련해 회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실여부와 위법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포스코는 지난 2009년 광양제철소 동호안 폐기물 매립지의 제방 도로 붕괴에 따른 폐수 유출 사고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전남도·광양시 등 지자체는 지난 20년간 동호안 제방도로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