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페이스북아, 나 이런 생각한다

입력 2016-07-1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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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페이스북에는 재미있는 글과 사진이 많이 올라온다. 내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까지 다 알게 된다.

페이스북을 열면 이놈이 맨 먼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하고 묻는다. 그러면 괜히 나쁜 짓 하다 들킨 것처럼 찔린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면 안 된다고 혼나는 기분도 든다. 아니, 그걸 왜 물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지가 알아서 뭐해? 남이야 전신주로 이빨을 쑤시든 말든, 뒷간에서 낚시질을 하든 말든, 멍석 말아 담배를 피우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이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다가도 ‘내가 요즘 뭘 하고 있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지?’ 하고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생각을 뒤져보니 요즘 나는 계속 부모-자식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런 글을 읽었다. “오늘은 아들의 첫 출근일. 애써 무심한 척 보냈지만, 긴 세월 공들여 만든 작품 하나 조심스레 세상에 선보이는 느낌. 이름 있는 기업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분야의 작고 탄탄한 회사를 고른 것부터 대견했다. 뒷모습을 내려다보며 마음으로 기원했다. 너로 인해서 주변이 행복해지는 그런 사람이 되길…. 20여 년 전 초등학교 입학 때 귀여운 등굣길을 내려다보던 그 베란다에 서서.”

또 이런 글을 읽었다. “금일봉 위에 한라봉! 한라봉 위에 천혜향! 15년 전쯤 일이다. 아이들이 기특한 일을 해서(아마 분리수거를 착하게 했던 듯), 칭찬하는 뜻으로 ‘아빠가 금일봉을 하사하겠다’고 하자 아들 녀석이 하는 말씀…‘한라봉보다 맛있나요?’ 칭찬도 칭찬이지만 아이들의 어휘실력이 과연 그 정도인가 해서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아들은 그 정도에 그쳤지만, 딸아이는 멀뚱히 듣고만 있더니 한마디 툭 던진다. ‘아빠, 나 한라봉 무지 맛있어요!’ 그러던 딸이었다. 이제 그 딸이 인턴인가 뭔가 정규직도 아니면서, 첫 월급을 타서 아빠에게 금일봉을 건넨다. ‘아빠, 드디어 생애 첫 월급을 받게 됐어요. 비록 적은 액수지만 조금이나마 감사함을 표합니다. 맛있는 거 사드세용. -솔이가.’ 겉봉에 쓴 글귀에서, 아빠에 대한 사랑과 기꺼움을 읽었다면 과한 부녀지정의 표현일런가.”

딸 이야기를 한 사람은 이런 말도 덧붙였다. “3년 전쯤 가족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나중에 효도를 어찌하려는지 물었다. 딸은 거침없이 ‘한 100평짜리 아파트나 빌라를 사서 잘 모실게요.’ ‘대지 100평? 건평 100평?’ ‘당근 건평 100평이죠!’ 아들은 그래도 한 1분쯤 말이 없었다. 아비와 어미의 눈빛 야유를 견디다 못한 아들 왈 ‘저는 생일날 페라리를 한 대 사드릴게요.’ 아들아, 80노인이 되면 페라리 몰고 못 다닌다, 창피해서. 그래서 결국 아들딸에게 주는 우리집 가훈은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이 되자!’이다.”

출근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글을 쓴 사람은 아들이 해병대에 입대하기 전에 제주 올레길을 함께 걸으며 부자가 대화를 한 적도 있다(는 걸 내가 알고 있다). 딸 자랑을 한 사람은 평소에도 딸 사랑이 대단한 아버지다.

나는 그런 딸도 없고, 아들과 단둘이 길을 걸어본 일도 없다. 그래서 부럽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다. 페이스북아, 나 요새 이런 생각 자꾸 하고 있다. 어때, 됐나? 이제 그만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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