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사에 말 걸다] 한국전쟁의 변곡점 ‘크로마이트 작전’

입력 2016-07-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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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되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1982년에 만들어진 ‘오, 인천’이라는 영화도 있지만 이 영화는 당시 할리우드의 자본으로 만들어졌고 흥행에도 대참패를 거두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이번 ‘인천상륙작전’은 한국 유명 배우와 할리우드 스타 리암 니슨이 콜라보했다. 이달 말에 개봉한다니 관심이 높다.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66주년이다. 아득한 옛일 같지만 동족이 죽고 나라가 폐허가 된 지 70년도 채 못 되는 세월이다. 역사라는 긴 호흡을 통해 보자면 아주 짧은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그동안 상전벽해도 무색할 정도의 외형상 변화가 있었지만 그래도 바뀌지 않은 건 아직도 적대적 두 체제가 언제든 전쟁이 가능한 휴전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전쟁은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한국전쟁은 우리가 승리한 전쟁일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년 전 한국을 방문하여 주한미군들과 어울린 자리에서 “한국전쟁이 무승부였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자유에 대한 신념을 지켜냈고 지금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을 보면 분명 승리한 전쟁이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베트남전과는 다르게 한국전에 대한 미국인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몇 해 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깜짝 놀랄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개탄한 적이 있었다. 한국의 청소년 700명을 대상으로 ‘6·25전쟁이 북침인가 남침인가’를 물어봤을 때 67%가 북침이었다고 답변해 당시 이슈가 되었다. 그러나 이후 내막을 들여다보니 북침과 남침의 개념에 대한 혼동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즉 북침을 ‘북한의 침략’으로 이해한 청소년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진중권은 역사의 문제가 아니라 국어의 문제라고 꼬집기도 했다.

어쨌든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인 한국전쟁은 우리 민족이 문화공동체를 형성한 이래 동족 간에 처음 피를 본 사건이다. 또한 자칫 적화될 수 있었던 전쟁이기도 했다. 새벽에 기습 남침으로 사흘 만에 서울이 함락되고 최후의 방어선인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나 있었던 긴박한 순간이 왔고 대통령은 비밀리에 일본으로 정부를 옮기는 문제를 미국 정부와 협의할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을 맞기도 했다.

▲리암 니슨이 연기한 맥아더.
▲리암 니슨이 연기한 맥아더.

이 위기를 역전으로 이끈 것이 바로 인천상륙작전이다. 작전명 ‘Operation Chromite’. 연합군 총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진두지휘하였다. 낙동강 방어선을 마지노선으로 하여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유엔군과 국군은 이 작전 한 방으로 일거에 전세를 역전시켜 수도 서울을 수복하고 압록강까지 밀고 나갈 수 있었다. 전쟁사에 남을 기념비적 전투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매력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었으니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리암 니슨이 싱크로율 높은 맥아더 장군 역을 맡았고 이정재, 이범수가 각각 국군과 인민군 역할로 등장한다.

맥아더 장군에 대한 평가는 이념의 잣대에 따라 극과 극이다. ‘전쟁광’, ‘분단의 원흉’이라 하여 인천에 있는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려 한 극우단체도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민족을 구한 영웅’이라 칭송했다.

필자는 맥아더 장군 하면 2002 월드컵 영웅인 히딩크 감독이 떠오른다. 히딩크는 대한민국 축구팀에 승리를 안겼으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목표를 추구했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은 이후엔 조용히 떠나갔다. 맥아더 장군은 전쟁의 프로였고 오직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유엔군 사령관으로 차출된 용병이었다. 그 역시 전쟁에서 최선을 다했고, 떠나갔다.

전쟁은 일단 이기고 보는 게임이라고 봤을 때 그에 대한 평가는 그리 야박할 필요는 없다. 전쟁 중에 지도자가 한발 떨어져 한반도를 보고 전황과 전술을 역발상하여 모두가 반대한 작전을 용기 있게 밀어붙여 성공시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전쟁은 왜 발발하였고 한국전쟁을 둘러싼 쟁점은 무엇인지 간단히 짚어보자. 꿈에 그리던 해방이 되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가 쟁취한 독립이 아니었다. 그래서 강대국의 분할통치를 감수해야만 했다. 뒤늦게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소련은 한반도에 진주한다. 미국의 요청에 의해서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소련은 빠른 속도로 남하하기 시작했고 당황한 미국은 38선을 긋고 더 이상의 남진을 허용치 않는다. 이후 미국·소련 간의 협상은 결렬되었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분단의 선이 만들어진다. 각각의 정부가 남과 북에 수립되고 북한은 민족해방전쟁을, 남한은 북진통일을 주장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한국전쟁에서 누가 먼저 총을 쏘았는가? 1980년대 남한 내 극좌파에 의해 북침설이 제기되기도 했고 이후 진보 학자 간에도 수정주의적 연구 경향으로 남침유도설이 그럴싸하게 유포되기도 했다. 미국 전략 방어선에서 남한과 대만을 제외한 애치슨 선언과 전쟁 발발 직후 유엔군의 재빠른 참전 결정 등이 남침 유도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러시아의 비밀문서나 미국 국무부의 자료로 볼 때 북침설은 전혀 가능성이 없으며 남침 유도설 역시 근거 없는 학문적 상상이었음이 정설로 굳어졌다. 그러나 단순히 어느 쪽이 먼저 총을 쐈는가보다는 전쟁의 원인과 성격, 전쟁으로 얻은 결과를 명확히 정리하는 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책무다.

서울이 사흘 만에 함락되자 이승만 정부는 서울은 절대 사수할 것이니 흔들리지 말라고 방송을 한다. 그러나 이승만 정부는 한강철교를 폭파해 수많은 피란민들의 목숨을 앗았다. 임진왜란 때 한양을 버리고 의주로 도망간 선조와, 국민들에게 서울을 지키겠다고 말한 후 한강철교를 폭파해 퇴각길을 연 이승만 정부가 무엇이 다른가.

인천상륙작전은 부산까지 떨어질 상황에서 보여준 신의 한 수였다. 낙동강전투 중 맥아더 장군은 북한군의 보급로가 길어진 것을 간파한다. 그래서 후면을 치면서 보급로를 끊고 낙동강에서 치고 올라간다는 기본 전략을 세운다. 원산 남포 해주 등 몇 군데 후보지가 떠오르지만 북한마저도 간과했던 인천을 공격 지점으로 결정한다.

피실이격허(避實而擊虛), 즉 적이 방심하고 있는 곳을 치자는 게 맥아더 장군의 생각이었지만 모든 참모가 결사반대한다. 인천은 수로가 좁아 군함 이동이 어렵다는 점과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작전이 조금만 늦춰져도 물이 빠져 버려 낭패를 본다는 이유였다. 맥아더 장군은 전략적, 심리적, 정치적 이유를 들어 서울을 신속하게 탈환코자 하며 그 최적의 장소를 인천으로 찍었다. 성공 확률 5000분의 1을 맥아더 장군은 뚝심으로 밀고 나간다. 인천상륙 직전 교란전을 펴기 위해 포항 옆 장사라는 지역에 상륙대를 선발대로 보낸다.

▲북한군으로 위장한 해군 첩보부대 대위 역을 맡은 이정재.
▲북한군으로 위장한 해군 첩보부대 대위 역을 맡은 이정재.

9월 14일, 장사 상륙작전을 시도하는데 여기에 투입된 군인 대부분은 대구·경북 지역의 학도병이었다. 고등학생은 물론 중학생까지도 포함된 ‘어린’ 부대였다. 772명의 학도병을 태운 LST전함은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날 장사항에서 북한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고 북한군의 시선을 장사항에 묶어 두었다. 이 틈을 타 9월 15일 밤 10시 인천에 7만5000명의 연합군과 261척의 함정을 투입, 인천을 함락한다. 장사항에서 전투를 벌인 학도병은 전원이 전사, 인천상륙작전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인천상륙작전’ 영화를 만든 이재한 감독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제3의 사랑’을 연출했고, 직전 연출 작품이 학도병의 장사 상륙작전을 소재로 만든 ‘포화 속으로’다. 영화의 흥행 여부에 따라 한국전쟁 3부작으로 한 편 더 만들 가능성도 예측해본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노르망디상륙작전을 그린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전쟁드라마의 전설 ‘밴드 오브 브라더즈’만큼의 완성도로 우리에게 절절한 감동을 안겨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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