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업계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에 영국 법인을 유지하는 데 최소 300억~400억 유로(약 37조8700억원~50조5000억원)를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 산탄데르 등 유럽 60개 은행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브렉시트 여파로 은행들이 자본시장에서 쓰는 연간 비용을 8~22% 높일 것”이라면서 “이는 이들 은행의 영국 내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제까지 대부분 전문가들의 관심은 유럽에 법인을 둔 미국 은행 등 비유럽권 은행에 브렉시트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쏠려있었다. 하지만 BCG는 브렉시트에 더 영향을 받는 것은 미국이 아닌 유럽은행이라고 지적했다. BCG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필리페 모렐은 “모두가 브렉시트에 따른 미국 은행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실질적으로 더 영향을 받는 것은 유럽은행이다”고 말했다. 모렐은 미국 은행들의 경우 유럽에서 얻는 수익이 전체의 20~30%에 그치지만 유럽은행은 런던 법인을 통한 수익이 전체의 7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이들 유럽은행은 영국 지사를 운영할 경우 따로 자본을 확보할 필요도, 지사 설립을 위한 복잡한 절차도 없었다. 하지만 영국이 EU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이들 유럽은행은 본국에서 발행한 사업허가증만으로 영국에서 영업할 수 없게 된다. 그만큼 영국 지사 운영 비용도, 운영절차도 더 까다로워지게 된다는 뜻이다. 이에 BCG는 유럽 전체 은행들이 영국 지사 운영에 300억~400억 유로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중 100억 유로는 독일계 은행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일부 은행들 사이에서는 브렉시트 이후 가치사슬(Value chain)에서 일부를 도려내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 다른 은행들은 비용 절감과 수익성 회복을 위해 사업 구조를 재조정해 브렉시트 상황에서 최대한 이익을 창출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