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일부 군 세력의 쿠데타 시도를 저지시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력이 강화되고 있다. 그는 쿠데타 실패를 계기로 대규모 숙청 작업을 벌이고 미국에 자신의 최대 정적인 이슬람 성직자 페툴라 귤렌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이날 “반란은 완전히 진압됐다”고 선언하면서 “쿠데타와 관련된 장교 283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을드름 총리에 따르면 이번 쿠데타로 시민과 경찰관 등 161명이 희생됐으며 부상자는 약 1400명에 달했다. 살해된 쿠데타 세력도 104명에 달했다.
터키 현지 언론은 쿠데타 주모자로 알려진 아킨 외즈튀르크 전 공군 사령관과 육군 2군 사령관 아뎀 후두티 장군, 제3군 사령관인 에르달 외즈튀르크 장군 등이 구속됐으며 알파르슬란 알탄 헌법재판관도 구금됐다고 전했다.
또 터키 사법당국은 전국에서 판사 약 2745명을 쿠데타 관련 혐의로 해임했다.
휴가를 즐기다 쿠데타 일격을 맞았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버스 연설을 했다. 그는 “이 나라를 몇몇 테러리스트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을 축출하고 우리의 시스템을 정화하는 작전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터키 정부는 또 이번 쿠데타의 배후로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며 에르도안의 최대 정적인 이슬람 성직자 펫훌라흐 귈렌을 지목하고 터키로 송환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그동안 미국의 테러리스트 추방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다”며 귈렌의 송환을 촉구했다.
귈렌은 온건파 성직자로 명망이 높았으며 한때 에르도안의 측근이었다. 그는 1999년 지병 치료차 미국에 건너간 뒤 자발적 망명을 택하며 현재 펜실베이니아 주에 체류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에르도안의 아들 빌랄 등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둘 사이가 적대적으로 변했다. 에르도안은 사법부에 있는 귈렌 추종자들이 사건을 조작했다며 끊임없이 미국에 소환을 요구했다.
한편 터키 정부는 그리스로 도망가 망명 신청을 한 군인 8명에 대해서도 송환을 요구했다.
국제사회는 에르도안 정부의 ‘피의 복수극’을 우려하며 법치에 따른 대처를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터키 모든 당사자가 법에 따라 행동을 하고 추가 폭력이나 불안정을 야기할 어떤 행동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터키는 지난 밤 비극적인 결과에 책임 있는 이들을 다루면서 스스로가 법치국가임을 입증해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전날 터키에서는 분노한 시민이 탱크 위로 병사들을 끌어올려 돌을 던지거나 항복한 군인의 목을 자르는 등 참혹한 장면이 곳곳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