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군부 쿠데타에 경제 휘청…리라화 가치 폭락·관광산업도 타격

입력 2016-07-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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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금융당국, 투자자 달래기 나서…6000명 체포·‘피의 보복’ 우려

▲달러·리라 환율 추이. 15일(현지시간) 종가 3.0157리라. 출처 블룸버그
▲달러·리라 환율 추이. 15일(현지시간) 종가 3.0157리라. 출처 블룸버그

잦은 테러에 시달려온 터키 경제가 군부 쿠데타까지 발생하면서 총체적 난국이다. 정국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리라화 가치는 폭락하고 주수입원인 관광객까지 감소하면서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우려된다. 터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를 우려해 투자자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불안한 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라화 폭락·관광산업 타격, 경제가 흔들린다=미국 달러화당 터키 리라화 가치는 쿠데타가 발발한 지난 15일(현지시간) 장중 최대 6%까지 급락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10월 이후 8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후 낙폭을 줄인 리라는 달러당 4.6% 급락한 3.0157리라로 지난 1월 26일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쿠데타가 실패했다는 소식에 리라화 가치는 약 2% 반등했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주수입원인 관광산업도 위태롭다. 터키는 동서양 문명이 교차한다는 매력 때문에 그동안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덕분에 관광산업은 터키의 주요 외화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잇단 테러와 지난해 10월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 등으로 이미 관광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쿠데타까지 일어나면서 관광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터키의 지난 5월 관광수입은 전년보다 23% 줄었다.

또한 터키는 경상수지 적자국이어서 해외에서의 자금 유입에 많이 의존해왔다. 올 들어 5월까지 터키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158억 달러(약 18조 원)에 달했다. 그 중 직접외국인투자(FDI)는 23억 달러로 이는 1년 전보다 50% 줄어든 수준이다. 나머지 자금은 증시와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는 단기성 투자자금인 핫머니가 대부분.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이들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갈 위험에 처했다.

아울러 터키는 아시아 기업의 유럽과 중동 수출 거점 역할도 해왔는데 이 마저도 불투명해지게 됐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주말 현지 공장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투자자 불안 달래기 나선 정부와 금융당국=악재가 잇따르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에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터키중앙은행은 “시중은행에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메흐메트 심섹 터키 부총리는 전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무랏 세틴카야 터키중앙은행 총재와 논의했고, 국제 투자자들과의 전화 회의도 있다”며 “터키는 쿠데타 시도가 무산된 후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으며 우리의 거시경제적 기초는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터키중앙은행은 오는 22일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당초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으나 이번 쿠데타에 따른 리라화 가치 추락으로 전망이 불확실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테러 등 불안정한 정세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인 행보에 이미 투자 심리가 약화된 상황이어서 자금 유출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셔널뱅크오브아부다비(NBAD)의 차반 보가이타 시장전략 대표는 “쿠데타 시도로 투자자들이 터키 시장 참여를 더욱 꺼릴 것”이라며 “최소한 정치 상황이 안정을 찾는 것을 보기 전까지 그런 불안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이. 1분기 4.54%. 출처 블룸버그
▲터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이. 1분기 4.54%. 출처 블룸버그

◇쿠데타 배경과 전망은=이번에 쿠데타가 발발한 건 총리를 세 차례 연임하고 지난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14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는 에르도안에 대한 군부의 반발이 배경에 있다. 터키에는 이슬람국가(IS)를 공습하는 연합군의 공군기지가 있으며 유럽과 중동의 중간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대량으로 받아들여 유럽의 난민문제 부담을 더는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이 굳어졌다. 그러나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을 보이는 에르도안의 강권 통치에 세속주의적 입장에 서 있는 군부에서 불만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쿠르드족 반군을 과도하게 진압하면서 테러 정책에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쿠데타가 6시간 만에 무기력하게 진압됐다는 점을 들어 에르도안의 자작극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이번 쿠데타를 진압하고 나서 약 6000명의 군인과 법조인을 체포, 미국과 독일 등이 ‘피의 보복’을 자제하고 법치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은 자신의 최대 정적으로 현재 미국에 망명 중인 이슬람 성직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양국간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

유라시아그룹의 나즈 마스라프 애널리스트는 “터키의 정치적 혼란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며 “투자자들은 이미 터키 정부와 기업환경이 거시경제 안정을 유지할 능력이 있는지 회의적으로 보고 있으며 관광산업 부진이 또 다른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쿠데타 전에도 올해 터키의 경제성장률이 3~4%로, 지난해의 4.5%에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며 경제 전망이 암울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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