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영국 모바일 반도체 설계업체 ARM홀딩스를 234억 파운드(약 35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ARM이 미래 대형 기술시장인 사물인터넷(IoT) 분야를 선도할 것으로 믿고 대규모로 베팅했다고 FT는 강조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이날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ARM은 25년 전 설립됐으며 현재 4000명의 직원이 있다. 소프트뱅크는 주당 17파운드 현금에 ARM을 인수하며 이는 지난주 ARM 종가에 43%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아울러 이번 인수는 유럽 기술기업 사상 최대 규모 인수ㆍ합병(M&A)이라고 FT는 전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로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ARM은 반도체 설계분야의 강자로 다른 영국 기업들보다 브렉시트 영향을 덜 받고 있으며 매출도 미국 달러화로 벌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브렉시트 여파로 파운드화 가치가 추락한 것도 인수 매력을 더했다는 평가다. 지난 1년간 파운드화 가치는 일본 엔화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으며 ARM 주가도 거의 오르지 않았다.
손 회장은 수주 전 자신의 후계자이자 M&A를 주도했던 니케시 아로라와 결별하고 다시 최고경영자(CEO)로 일선에 서겠다고 밝힌 이후 첫 작품으로 ARM이라는 대어를 낚게 됐다.
소프트뱅크는 미국 4위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와 일본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야후재팬을 산하에 거느리고 있다. 손 회장은 과감한 베팅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0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해 현재 그 가치가 650억 달러로 껑충 뛰었다. 지난 2006년에는 적자에 허덕이던 보다폰 일본 법인을 150억 달러에 인수해 소프트뱅크를 일본 3위 이통사로 키웠다.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초 알리바바 지분 일부를 매각해 총 100억 달러를 조달하기로 했다. 또 겅호온라인 지분도 대부분 매각하는 등 스프린트 손실과 대규모 투자에 따른 부채 감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ARM의 성장 전망에 대한 자신감으로 다시 대규모 베팅에 나선 셈이다.
ARM은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이 인수할 대상으로 손꼽혀왔다. 스마트폰 시대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인텔에 ARM은 매력적인 M&A 대상이다. ARM은 모바일 부문은 물론 서버용 반도체 설계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기보다는 관련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이 ARM의 주요 사업모델이다. 지난해 ARM 설계에 기반한 반도체 칩은 약 1500만 개 팔렸다. 이는 전년보다 300만 개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