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TV드라마를 뜻하는 ‘소프 오페라(Soap Opera)’의 어원을 낳게 한 ‘아이보리 비누’로 주부, 노동자들의 설움까지 씻겨주던 P&G는 오늘날 미국 신시내티를 본원 삼아 전 세계 70여개국에 180여개 이상의 브랜드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사고에 대비한 보안경을 착용하고 발가락이 노출되지 않는 앞이 막힌 신발을 신은 뒤 사진 촬영이 전면 금지된 P&G 미국 신시내티 본사 아이보리데일(Ivorydale) 혁신 센터(이하 ITC)에 들어섰다. 북미 지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R&D 센터인 이 곳은 1840년대 지은 제조 공장 단지가 전소된 이후 재설립 과정에서 처음으로 화학실을 준설한 것이 시초가 됐다.
페브리즈 제품 개발과 안전성 점검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ITC는 직원만 1000여명에 달한다. 그 중 연구원 650명이 패브릭, 홈케어 제품군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공기탈취제, 차량비치형, 섬유탈취제 등 에어케어 제품 관련 연구는 벨기에 브뤼셀, 일본 고베, 싱가포르 등에 설립된 R&D센터에서 100여명의 연구원이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 선호도와 각 나라의 기온과 습도 차이 등을 고려한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우선 수석 연구원들로부터 페브리즈 상품의 냄새 제거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특허 등록된 P&G의 독자적 기술로 옥수수 전분에서 유래한 사이클로덱스트린(cyclodextrin) 성분을 이용해 산도(pH)를 중화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어 온도, 습도, 환기율 등 실험 조건을 달리할 수 있는 2개의 큰 방과 6개의 중간 크기 방, 그리고 9개의 작은 후각 시험 챔버(chamber)에 들어섰다. 투명한 유리로 된 이 공간에서 3개월 이상 후각 시험 및 교육을 거친 15명의 전문 패널이 매년 4만 5000건의 향기 평가를 진행한다. 이날 참관객들은 후각 시험을 거치진 않았으나, 베이컨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유리통 안에 코를 들이대고 페브리즈 농도에 따른 냄새 제거 정도를 측정하며 0~100점 사이 점수를 매겨보기도 했다.
이처럼 일상생활의 냄새 제거 효능을 지닌 페브리즈가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한 입자 크기 분석 실험실을 찾았다. P&G 측은 폐 등 하부 호흡기에 들어갈 수 있는 입자의 크기는 10미크론 이하이지만, 페브리즈의 물방울 입자는 85~120미크론에 달해 인체에 전혀 흡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레이저 회절·산란(Diffraction) 방법을 통한 입자의 범위 및 분포를 분석하는 시연도 관람했다. 기계를 통해 분사된 스프레이 입자가 빔을 통과하면서 크기와 분포도 등을 그래프로 보여주는 실험이다. 다만 정확한 분석 결과는 시일이 걸리며, 다른 신시내티 R&D센터에서 진행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매튜 바우어 수석연구원은 “비강 스프레이, 흡입기, 천식 환자용 분무기 등을 만드는 제약회사 및 헤어 스프레이, 데오드란트 스프레이 제조사 등에서도 동일한 방법을 사용한다”며 “P&G는 제품 디자인을 통해 입자 크기 사이즈를 조절해 85~120 미크론으로 입자를 만드는데 폐에 들어갈 수 있는 입자의 크기는 10 미크론 이하로 페브리즈 성분이 폐에 도달할 수 없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찾은 성분 분석 실험실에서는 흰 가운을 입고 각종 기계를 다루고 있는 연구원들과 함께 MS질량분석기,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 장비인 HPLC 등이 맞이했다.
자유 리우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통상 소비자들이 옷에 페브리즈를 분사할 때 45도 각도로 여러 곳에 나눠서 3번 정도 분사한다. 이 때 코에서 5cm 떨어진 위치, 그리고 0, 1, 2, 3분 후 공기 중 잔존한 성분을 측정한 결과, 국내에서 흡입독성 의혹이 불거진 DDAC가 분사 시점에는 0.032가 측정된 반면, 1분 후에는 0으로 나타났다.
리우 수석연구원은 “모든 성분에는 안전 범위(Safety Limit)가 있는데 비타민이나 물 또한 마찬가지"라며 "페브리즈에 들어있는 DDAC는 안전 범위 내 극소량으로 철저히 관리되고 있으며, 물방울 입자도 크고 비휘발성이라 분사하자마자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위해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