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사태 터키, 글로벌 기업 다 내쫓는다

입력 2016-07-21 08:57 수정 2016-07-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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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대통령, 3개월간의 국가비상사태 선포…S&P, 신용등급 ‘BB’로 강등

터키가 군부 쿠데타 진압 이후 안정은커녕 내부 혼란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실패를 계기로 자신의 정적을 송두리째 뿌리 뽑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 이에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한때 신흥국 중 유망 투자처로 꼽혔던 터키에 대한 회의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미국 CNN머니가 보도했다.

터키 정부는 이날 쿠데타 미수를 계기로 3개월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포 후 연설에서 “펫훌라흐 귈렌 세력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귈렌은 현재 미국에 망명 중인 이슬람 성직자이며 에르도안의 최대 정적으로 꼽힌다. 에르도안은 귈렌이 이번 쿠데타 배후에 있다며 미국 측에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에르도안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가지는 칙령을 발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으며 국민의 기본권은 제한된다.

지난 주말 쿠데타 이후 터키에서 쿠데타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해고되거나 직위해제된 사람은 약 5만 명에 달하며 그 구성도 판·검사와 교사, 공무원, 국공립대 학장 등 매우 다양하다. 한마디로 국가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의 숙청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터키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 ‘BB+’에서 ‘BB’로 강등했으며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매겨 추가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S&P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투자환경을 악화시켜 터키의 경제와 재정, 부채 상황이 우리 예상보다 더 악화할 것”이라고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15일 쿠데타 발발 이후 터키 리라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약 5% 추락했으며 이날 S&P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사상 최저치인 3.0973리라까지 떨어졌다.

터키는 유럽과 중동의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정학적 경제적 요충지로 꼽힌다. 이에 많은 다국적 기업이 터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터키에 16억 달러(약 1조8300억원)를 투자해 공장을 세웠고 고용인원도 약 1만600명으로 현지 자동차업체 중 가장 많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2012년, 향후 3년간 터키에 9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유니레버는 9500만 유로 규모의 아이스크림 공장을 지난 2013년 현지에서 가동시켰고 올해 새로운 공장도 완공될 예정이다. 이외에 지멘스와 프록터&갬블(P&G) 다농과 펩시코 보쉬 등 유명 서구 기업 모두 터키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쿠데타 이후 혼란이 커지면서 이들 기업은 터키 전략을 재검토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터키는 외국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며 “현 정부의 혼란은 터키 경제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윌리엄 잭슨 캐피털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외국 기업들은 터키 생산성 증가를 이끈 주요 원동력이었으며 궁극적으로 현지 주민의 삶의 질도 개선시켰다”며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축소하면 성장 전망이 악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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