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신격호 시대’가 저물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한국 롯데호텔ㆍ롯데제과 등 등기이사직에서 퇴진한 데 이어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를 제외한 다수의 일본 롯데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됐지만 최근 치매약 복용 등으로 정신 건강 이상 논란이 더해지면서 서류와 조직도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 법인 등기부등본상 신 총괄회장은 지난 6월 25~30일 일본 ㈜롯데, 롯데아이스, 롯데물산, 롯데그린서비스,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LSI), L투자회사 등의 등기이사직에서 퇴임했다. 하지만 한ㆍ일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홀딩스의 이사로는 여전히 등기된 상태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95세의 고령인 데다 건강 이상 우려까지 겹친 만큼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 계열사들에서도 이사 임기가 끝나는 대로 재선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속속 퇴임하는 것”이라며 “신 총괄회장의 일본 계열사 이사 퇴임은 지난 6월 홀딩스 주총에서도 주주들에게 공표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신 총괄회장은 지난 3월 롯데호텔이 창립된 1973년 이후 43년 만에 롯데호텔과 롯데제과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재계는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롯데쇼핑, 자이언트, 롯데건설, 롯데알미늄 등의 이사직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 롯데 계열사의 신 총괄회장 임기는 ▲ 롯데쇼핑 2017년 3월 20일 ▲ 부산롯데호텔 2016년 11월 ▲ 자이언츠 2017년 5월 ▲ 롯데건설 2017년 3월 26일 ▲ 롯데알미늄 2017년 8월 10일 등이다.
1922년 경남 울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 5녀의 맏이로 태어난 신격호 회장은 만 19세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껌’ 사업을 시작했다. 1948년 제과회사 롯데를 설립한 후 풍선껌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후 1966년 한-일 수교로 국내 투자의 길이 열리자 롯데제과를 설립하고 모국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그는 남다른 안목과 경영 수완으로 롯데그룹을 재계서열 5위, 자산규모 83조 원의 재벌그룹으로 성장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