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터키, ‘피의 보복’ 생각 말고 경제 신경 써야

입력 2016-07-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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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팀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기세가 더욱 등등해졌다. 지난 주말 일어난 쿠데타를 불과 6시간 만에 진압하고 이를 빌미로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아온 정적 축출에 나서고 있다. 주말 사이에 쿠데타와 관련해 군인과 판·검사 등 약 6000명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고, 사형제까지 부활시킨다고 한다.

정작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한 시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쿠데타 위기에서 벗어난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잦은 테러와 이번 혼란으로 만신창이가 된 경제를 살리는 일이 아닐까.

쿠데타는 처음엔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군부는 수도 앙카라와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도로를 봉쇄하고 주요 기간시설을 점거했다. 방송국을 점령해 계엄령도 선포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해진 에르도안의 호소에 시민들이 일제히 거리로 나와 쿠데타 군에 맞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는 3년 전 군사 쿠데타로 무함마드 무르시를 축출했던 이집트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집트와 달리 터키에서 시민이 쿠데타를 저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에 있다고 분석했다. 에르도안은 이슬람 근본주의자이지만 그동안 경제에 초점을 맞췄고 그만큼 성과도 냈기 때문에 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에르도안 집권 이전 32%에 달했던 물가상승률은 10% 밑으로 떨어졌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도 74%에서 32%로 낮아졌다. 경제성장률도 한때 7%를 넘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터키 내부의 정정 불안에 에르도안의 경제적 성과가 퇴색하기 시작했다. 이는 에르도안이 지나친 자신감으로 강압적인 통치를 벌인 부작용일 수도 있다. 쿠르드 반군 탄압, 러시아와의 대립 등 현재 경제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 상당수가 에르도안의 독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피의 보복’ 대신 겸허하게 반성하고 경제에 눈을 돌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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