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의 미디어버스(media-verse)] 뉴스는, 어쩌면 너무 많다

입력 2016-07-21 10:59 수정 2016-07-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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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장

지진과 홍수 같은 자연 재난도 잦고, 듣도 보도 못한 ‘신상’ 질병이 창궐하는 것도 불안한데 전 세계 곳곳에선 폭탄이 터지고 총격이 벌어지기 일쑤다. 사람 다니는 길에 작정하고 대형 트럭이 돌진해 수많은 사상자를 내기도 하는 등 전 세계가 예측불허다.

우리는 참 금세 이런 위험한 사실들을 인지하게 된다. 아니, 할 수밖에 없다. 손 안의 요물 스마트폰에 깔린 응용 프로그램이 푸시 알람을 보내주기도 하고,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면 피할 수 없다. 멍하니 TV 앞에 앉으면 눈 앞에 속보 자막이 흐르거나 기자가 나와 긴급 보도를 하는 걸 봐야만 한다.

게다가 소셜 미디어들은 더 이상 ‘텍스트’나 ‘정지화면(혹은 사진)’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움짤(사진을 연속 재생해 동영상처럼 보이게 만든 것)’은 물론이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은 애플리케이션(앱) 실행과 동시에 다른 사용자들이 올린 동영상을 재생한다. 가히 ‘생방송의 시대’다.

프랑스 니스 트럭 테러, 곧이어 발생한 미국 루이지애나주 배턴 루지(Baton Rouge) 경찰 총격 사건, 그리고 영동고속도로 5중 연쇄 추돌로 4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 등은 정말이지 소셜 미디어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을 통해 사고 현장에서 찍힌 동영상들이 금세 돌았다. ‘뉴스 노동자’란 의무감에 일단 보던 나는 중간에 꺼버렸다. 마치 앱이 수시로 업데이트해야 한다며 빨간 숫자를 위에 올릴 때처럼 사망자 수가 올라가는 속보들은 헛구역질을 유발했다. 스포츠 중계도 아니고. 기존 미디어들도 거의 다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가 마침‘지속적으로 폭력적인 뉴스를 경험하는 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란 기사를 실었다. 미디어 효과론 얘기가 아니다. 건강면에 실렸다.

심리학자 아니타 캐드히아-스미스는 “디지털 세계에 연결돼 있는 만큼 즉각적으로 폭력의 발생을 알게 된다”면서 “참혹한 뉴스들에 노출될수록 당연히 참혹함의 정도에 둔감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저널리스트들도 점점 멀티미디어를 이용해 보도하고 있다. 동영상과 사진은 물론이고 니스 테러가 나자마자 ‘페이스북 라이브’로 카운셀러를 초대해 인터뷰하기도 했다.

지난해 영국 브래드퍼드대 연구진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잔혹한 이미지에 노출된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유사한 증상을 앓게 되며, 그것은 지속적인 감정 유발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한 소셜 미디어 노출을 제한하라고 말한다. 뉴스가 너무 많고, 특히 잔혹한 뉴스가 많은 시대에 굳이 이를 다 보고 트라우마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컬럼비아대 불안 및 관련 장애 클리닉의 심리학자 앤 마리 알바노도 모닝커피를 마시듯 트위터를 확인하거나 운전 중에 습관적으로 라디오를 켜지 않는 것이 스트레스와 불안을 달래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면에서 하루 종일 편향된 뉴스만 내보내는 TV 채널을 보는 어르신들, 정치적 입장 피력에 거리낌이 없는 택시 운전기사들에게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소셜 미디어를 안 해도 필요 없는 뉴스에 너무 많이 노출된다. 잘못된 가치를 심어주거나 주장하는 뉴스가 걸러지지도 않으며 심지어 반복을 통해 심화학습된다. 세상이 더 편협해지지 않게 하려면, 또 위험에 대한 불안에 상시 시달리지 않으려면 뉴스를 덜 접해야 한다. 어쩌면 덜 생산하고 덜 공급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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