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헌절은 여느 때보다 조용히 지나갔어.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국경일이 유난히 조용했던 이유는 부끄러웠기 때문이야. 법을 집행하는 사람부터 보란 듯이 법을 어기는 마당에, 법조계가 제헌의 뜻을 되새기기에 면목이 없었을 거야.
그러고 보면 요즘처럼 법조인 비리와 범죄가 잦았던 적도 드문 것 같아. 정운호 게이트에는 검찰 관계자가 줄줄이 연루되면서 사건이 불거졌어. 천재 소리를 들으며 판사까지 승승장구했던 최유정 변호사가 구속됐어. 줄지어 현직 검찰 관계자까지 속속 비리에 연루됐지. 전관은 물론 현관도 돈 수억 원을 우습게 알았던 모양이야.
정운호 사건은 전관과 현관 법조인의 결탁 없이는 이해되지 않는 정황이 참 많아. 현직 검사 체포를 계기로 조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SNS에서 끊이지 않고 있어.
“대한민국의 주권이 언제부터 국민에게 있었나 재벌과 권력들이 쥐고 있었지. 그런데 권력까지 돈으로 살 수 있으니 한탄스러울 수밖에. 헌법 제1조 2항 바꿔야 할 듯.”(트위터 아이디 dus****)
“제헌절이 무색하네. 검찰이 함께 일하던 비리 검찰을 수사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 돼. 검찰이 쥐고 있는 독점적인 기소권 분리가 필요한 시대가 왔다.” (트위터 아이디 skyk*******)
SNS에서 공분이 일어나는 이유도 이해할 만해. 권력을 독점하는 검찰과 법조계는 그간 성역이었잖아. 어느 집단이든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하면 물이 고이기 마련이야. 잃을 게 많으면 그만큼 겁이 많아지고, 겁이 많다 보니 변화가 두려워져. 여기에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다는 울타리가 이들의 비리를 부추긴 배경이기도 해.
사건 담당 검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사건 당사자와 연달아 성관계를 하는 검사나, 길거리에서 음란 행위를 저지른 판사의 이야기는 지난 일이라고 쳐. 법조계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법을 집행하는 이들이 법의 근간을 간과하고 있다는 거야. 이제 검찰 개혁은 숙제가 아니라 숙명이 됐네. 특권의식을 내려놓고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본질적인 명제부터 곱씹어보기 바라.
참 그거 알아? 불법 주식 취득으로 100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꿰찬 진경준 검사장이 구속됐지? 그가 평검사 시절, 기차역에서 암표를 팔아 4000원의 수익을 냈던 암표상을 구속했더라고. 4000원 암표상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구속했던 진 검사장에 대한 판결은 어떻게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