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통신] 팔순의 ‘연애박사’ 우디 앨런 “사랑은 단 한 번만이 아니다”

입력 2016-07-2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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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1930년대 LA와 뉴욕을 무대로 청년과 그의 삼촌, 그리고 삼촌의 여자를 둘러싼 달콤쌉싸름한 로맨틱 코미디 ‘카페 소사이어티’를 감독한 노장 우디 앨런(80)을 11일 뉴욕의 콘래드호텔에서 인터뷰했다. 굵은 테 안경을 쓴 백발의 앨런은 귀가 잘 안 들려 큰 소리로 질문을 해야 했지만 건강해 보였다.

놀란 토끼 표정의 앨런은 제스처를 써가면서 조용한 음성으로 시치미 뚝 떼고 유머와 위트를 구사, 인터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놓았다.

△‘사랑 박사’인 감독의 영화들은 사랑에 관한 것이 많은데, 남자가 여자를 몇 번이나 사랑할 수가 있다고 보는가.

“사랑하고픈 대로 몇 번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사랑은 단 한 번만이라는 것을 안 믿는다. 사랑은 할 때마다 늘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이며 흥분되는 것이다. 난 80인데도 20대처럼 흥분된다.”

△다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난 매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어 그런 건 생각할 수 없다. 난 지극히 운이 좋은 사람으로 대박이 터진 셈이다. 그러나 만약 내 아내가 트럭에 치여 숨진다면 그땐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의 영화들은 다 도시에서 일어나는 얘기인데 도시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난 도시인으로 도시를 사랑한다. 휴가 때 사람들은 바다로 산으로 가지만 난 아니다. 난 파리나 런던, 마드리드, 로마로 간다. 대부분 딴 도시에 가면 미술관부터 들르지만 난 그냥 시내를 걸어 다니거나 카페에 앉아 건물과 사람들을 보면서 즐긴다. 내가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인 것 같다. 좌우간 난 시골엔 관심이 없다.”

△왜 한 여자를 놓고 두 남자가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게 했는가.

“그것이 극적으로 흥미 있지 않은가. 극적 재미는 갈등과 긴장에서 온다. 영화에서 결혼한 삼촌이 젊은 여자를 사랑하게 한 것도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이 만나 아무 탈 없이 사랑을 즐긴다면 무슨 재미가 있는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전쟁과 평화’의 주제도 다 이런 갈등과 기만에서 오는 긴장이다.”

△고급 카페인 ‘카페 소사이어티’에는 갱스터들이 자주 들르는데 옛날에 클럽에서 코미디를 했을 때도 갱스터들을 자주 봤는가.

“아니다. 난 그 시대를 조금 지나서 클럽에서 일했다. 내가 일한 클럽들은 포크 싱어들과 신인 코미디언들이 일하는 작은 곳이어서 갱스터들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에서 코미디를 할 때는 갱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들은 늘 인심 좋고 매력적이며 친절했다. 그러나 그들이 자정이 지나 한 일에 대해선 난 모른다.”

▲인터뷰에 나온 우디 앨런.
▲인터뷰에 나온 우디 앨런.

△팔순에도 어떻게 매년 한 편씩 영화를 찍는가.

“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아버지는 100살 넘게 살았고 어머니도 100살 가까이 살았으니 나도 그렇게 장수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영화를 만들 것이다. 난 영화로 만들 아이디어가 많다. 매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 스튜디오와 관계없는 독립제작사의 영화를 만들고, 제작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여름 영화의 제작비는 보통 1억 달러가 넘지만 난 그것에 비하면 아주 싸게 영화를 만든다.”

△돈이란 어떤 의미인가.

“내게는 아무 의미도 없다. 난 16세 때부터 개그(gag)로 부모님 두 분이 버는 돈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이 벌었다. 그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일자리가 없었던 적도 없고 돈에 대해 생각해 보거나 탐을 낸 적도 없다. 난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학교 교사들보다는 잘 살지만 다른 감독들에 비하면 부자가 아니다. 그저 괜찮게 살고 있을 뿐이다. 어머니 말대로 약사가 되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살았을 것이다.”

△선거철인데 누굴 지지하는가.

“타고난 민주당원이어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다. 같은 뉴요커인 도널드 트럼프를 조금은 알고 있다. 친절하고 상냥하며 예의 바른 사람이지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따라서 우린 뉴질랜드로 이민 갈 필요가 없다. 힐러리가 이길 것이니 걱정 마라. 난 만난 적은 없으나 힐러리를 좋아한다.”

△돈이 중요하지 않으면 뭐가 중요한가.

“난 겁쟁이다. 내게 진짜로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병을 앓게 될까 봐 무섭다. 나뿐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도 중요하다. 건강 다음에 중요한 것은 아내와 아이들로 이뤄진 가족이다. 그 다음이 일이다. 난 아주 단순한 사람이다. 일하기를 좋아하고 야구와 농구를 좋아하고 클라리넷 불기를 좋아한다(그는 프로 재즈 클라리넷 연주자로 매주 월요일 뉴욕의 카페 칼라일에서 자신의 밴드와 함께 공연한다.). 또 아내와 함께 산책을 즐긴다. 난 집에 있기를 좋아해 글도 내 방에서 쓴다. 그러다 심심하면 집안을 오가며 아이들이나 아내를 끌어안는데 그럴 때마다 아내는 ‘뭘 원해요?’라고 핀잔을 준다.”

△요즘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적 흑백 대결을 어떻게 보는가.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을 납치해 노예로 만들어 학대하고 오랜 세월 인종차별해온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수백 년간 다른 인종을 무시해온 나라에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지금 사태는 우리가 지불해야 할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자기와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지지 않는 한 법으로 인종 통합을 시도하는 것은 성공할 수 없다.”

블로그: hjpark1230.blogspot.com

▲우디 앨런과 그의 부인 순이. 순이는 앨런의 세 번째 배우자다.
▲우디 앨런과 그의 부인 순이. 순이는 앨런의 세 번째 배우자다.

우디는 순이를 사랑해

우디 앨런의 현 한국계 부인 순이(44)는 원래 양녀(養女)였다. 앨런의 동거녀였던 배우 미아 패로가 지휘자 안드레 프레빈의 아내였을 때 한국에서 입양한 고아가 순이다. 패로가 프레빈과 이혼한 후 앨런과 살면서 자연히 순이는 앨런의 딸이 된 셈이다.

1992년 앨런이 당시 대학생이던 순이와 연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앨런은 온 세상으로부터 비도덕적 인간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둘은 1997년 결혼하고, 두 딸을 입양해 지금까지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앨런의 세 번째 결혼이다.

그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순이를 만난 것을 “대박이 터진 것”이라며 아내 자랑에 열을 낸다. 필자가 봐도 그는 순이로 인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기운이 역력하다. 둘 사이에 의견차가 있는 것은 단 하나, 김치. 앨런은 “김치는 너무 매워 못 먹겠다”면서 “그러나 순이와 아이들은 김치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오랜 행복을 기원한다.

인터뷰 후 사진을 찍으면서 필자가 앨런에게 “순이 잘 있나요? 내 안부 전해 주세요”라고 말했더니 “그러지” 하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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