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무는 일찌감치 한화 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김 전무는 2010년 1월 (주)한화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2011년 12월~2013년 7월)을 거쳐 2013년 8월에는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을 맡았다. 2014년 9월 한화솔라원 영업실장(CCO, chief Commercial Officer)에 선임됐고, 같은 해 12월 임원인사에서 입사 5년 만에 임원인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해 12월 임원인사에서 상무 승진 1년 만에 전무로 진급했다. 이를 두고 한화그룹 안팎에선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관측을 내놨다. 한화큐셀은 2011년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4년간 적자를 냈으나, 한화솔라원과 합병 후 지난해 2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이후 4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상무도 임원 승진하며 후계 경쟁에 가세했다. 김 상무는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예일대학교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3월 한화첨단소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로 파견돼 디지털마케팅 팀장을 맡으며 그룹의 핀테크 사업을 이끌어왔다. 지난해 8월 한화생명으로 소속을 옮겨 전사혁신실 부실장을 맡았다. 지난 4월 입사 2년 만에 임원인 상무로 승진했다.
삼남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도 본격적인 후계 수업을 받고 있다. 김 팀장은 미국 태프트 고등학교와 다트머스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10월 한화건설 매니저(과장)로 입사한 뒤 지난 3월 신성장전략팀 팀장으로 승진했다. 면세점 사업 태스크포스(TF)팀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 팀장은 갤러리아승마단 소속의 승마선수이기도 하다. 2006년 카타르 도하, 2010년 중국 광저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단체전 선수로 나서 3연속 금메달을 땄다.
한화그룹 오너가 삼형제가 담당 사업을 분할하면서 후계 구도에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향후 김동관 전무가 제조업(태양광·석유화학·방산), 김동원 상무가 금융 부문, 김동선 팀장이 건설·유통 부문을 담당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화·한화S&C 합병 시나리오 ‘솔솔’= 한화그룹은 ㈜한화를 정점으로 계열사들이 수직형 출자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화는 그룹의 모기업이자 실직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3월 말 기준 한화케미칼 36.52%, 한화생명보험 21.67%, 한화테크윈 32.35%, 한화호텔앤드리조트 50.62%, 한화건설 93.60%, 한화큐셀코리아 41.00%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3월 말 기준 김승연 회장이 지분 22.6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김 회장의 부인 서영민씨도 지분 1.42%를 갖고 있다. 장남 김동관 전무는 4.44%, 차남 김동원 상무와 삼남 김동선 팀장은 각각 1.67%씩 보유하고 있다. 오너가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S&C도 한화지분 2.20%를 보유 중이다. 오너가 삼형제가 향후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면 ㈜한화에 대한 지분율을 확대해야 한다. 재계 안팎에선 IT서비스업체 한화S&C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S&C는 김동관 전무가 지분 50%, 김동원 상무와 김동선 팀장 각각 25%씩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한화S&C가 기업가치를 높인 뒤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한화와의 합병을 통해 오너가 삼형제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흘러나온다.
한화그룹은 창업자인 김종희 회장이 1952년 설립한 폭약류 생산업체 한국화약을 모태로 성장한 대기업집단이다. 창업 이후 30년간 화약과 기계, 석유화학, 에너지 등 중후장대형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김승연 회장은 1981년 경영권을 승계해 1992년 한국화학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그룹명을 바꿨다. 김승연 회장은 그룹을 재정비하며 태양광, 금융, 석유화학, 방위산업, 유통 등 5대 부분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4월 기준 자산총액 54조5000억 원을 기록하며 재계 순위(민간 대기업집단 기준)가 전년 10위에서 8위로 뛰었다. 한화그룹의 자산총액은 전년 38조 원에서 16조5000억 원이 늘면서 재계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계열사도 52개사에 57개사로 늘었다. 한화그룹은 2014년 한화-삼성그룹 간 방산·석유화학 부문 빅딜에 따라 지난해 자산가치 13조원에 달하는 삼성테크윈,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사를 한꺼번에 인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