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있는 노조가 더합디다!”

입력 2016-07-26 10:53 수정 2016-07-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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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2500억 원. 한 중소기업의 연간 매출액을 훌쩍 넘어서는 이 금액은 한 대기업 노조가 고작 나흘간 파업을 일으켜 발생한 피해 금액이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19일부터 22일까지 벌인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다.

노조가 잇속 차리기에 급급해 파업을 벌이는 동안 1만1600여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300개가 넘는 1차 협력업체에도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2, 3차 협력업체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은 더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임금을 기본급 대비 7.2%(호봉 승급분 제외) 인상해주는 것은 물론,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대한민국 상위 5% 안에 들어가는 연봉 수준이 성에 안 차는가 보다. 현대차 연봉은 평균 9700만 원으로 중소기업 평균 임금의 3배에 달한다.

이들의 요구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대내외적인 악재로 최근 몇 년간 영업이익률이 줄고 있는 회사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턱없이 높은 임금을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산성은 급격히 하락하고,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도 줄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현대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10여 년 만에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4%로 폭스바겐(5.7%), GM(4.8%), 도요타(3.5%) 등에도 크게 뒤처져 있다.

결과적으로 현대차 노조의 욕심은 다수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셈이다. 11년 만에 이빨을 드러낸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지난 2월 파업을 결의하며 2005년 12월 파업 이후 사측과의 갈등을 최고조에 올려 놓았다. 최근에는 본인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해 ‘세무조사·불공정 거래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서명 운동까지 직접 하고 나섰다. 단지 본인들의 몸값을 더 올리겠다는 이유로 말이다. 1억4000만 원대 수준의 연평균 급여를 받는 조종사 노조는 지난 2월부터 5000만원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에는 3개의 노조가 있다. 파업의 중심에 있는 조종사 노조가 1100여 명, 같은 조종사로 구성된 또 다른 노조인 조종사 새노조가 700명, 승무원 등이 속한 일반노조가 1만600명에 달한다. 3월 31일 기준 전체 직원 수가 1만6920명임을 감안하면 전체의 6.5%밖에 되지 않는 조종사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회사는 물론 그 구성원까지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노조들은 “급여와 근무조건 등이 일반직원보다 월등히 좋은 조종사들이 단지 자신들의 몸값을 더 올려 받겠다는 이유로 일터에 대한 세무조사를 청원하는 등 무책임한 의혹 남발로 회사와 회사 소속 노동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또 서비스, 안전 등의 문제로도 연결돼 승객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10대 그룹에 속한 이들 대기업의 노조는 회사를 살리겠다며 야근까지 자처하는 중소기업의 노조와 너무나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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