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맞수 경영자인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S-Oil) 대표이사의 최근 주가 성적표가 엇갈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가 올해 상반기 나란히 좋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가 흐름이 엇갈린 이유로 ‘배당 기대감’을 지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최고의 상반기를 보냈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영업이익 1조1195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에도 844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에만 1조9643억 원의 흑자를 올렸다. 6개월 실적이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1조9796억 원)과 맞먹을 정도다. SK이노베이션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긴 것은 2011년 1분기(1조9643억 원)에 이어 5년여 만이다.
에쓰오일 역시 2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한 642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 2008년 2분기(7041억 원), 2011년 1분기(6475억 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수준이다. 상반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 1조1347억 원을 기록해 반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주가는 최근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2주간 상승세가 뚜렷하다. 1주당 가격은 지난 8일 13만6500원에서 현재 15만500원으로 9.9% 상승했다. 반면 8일 7만5200원이었던 에쓰오일의 주가는 실적 기대감으로 상승해 14일 7만97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주가 흐름이 엇갈린 배경으로 배당 기대감을 지목한다. 에쓰오일은 올해 중간배당 금액으로 지난해(11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주당 5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울산공장 시설개선사업에 4조80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두 배가량 증가한 반면 배당금은 반토막 이하로 떨어지면서 배당성향(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훨씬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에쓰오일은 전통적으로 ‘고배당주’로 꼽혀 왔다는 점에서 배당 기대감의 변화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도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에쓰오일에 대해 “3분기 실적에 비해서도 주가는 저평가돼 있으나 배당 정책이 아쉽다”면서 “올해 에쓰오일의 예상 주당배당금(DPS)을 기존 3600원에서 2500원으로 하향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에쓰오일과 달리 대규모 투자 계획이 없어 높은 배당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2일 실적 콘퍼런스에서 “아직 올해가 절반밖에 지나지 않아 배당의 규모를 예측해 말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경영 성과에 상응하는 배당 정책을 펼쳐 나가 시장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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