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접대 막으면 경제 위축?”…‘김영란법’이 뭐길래

입력 2016-07-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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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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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민간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겁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말입니다. 2주 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두 달 뒤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우리 경제가 위축될 거라고 경고했죠. 그러면서 경제성장률을 2.8%에서 2.7%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가계부채 경고음 속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내비친걸 보니 ‘어머! 이건 꼭 말려야해’란 생각이 들 만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중복 더위도 잊은 채 헌법재판소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내일(28일) ‘김영란법’ 위헌 여부가 가려지거든요. 핵심 쟁점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임직원을 포함하는 것이 맞느냐’는 건데요. △부정청탁과 사회상규의 개념 △외부강의 사례금 허용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 △배우자 신고의무 등도 함께 들여다본다고 합니다.

“김영란법이 뭐길래….”

이 법은 공무원들의 뇌물 수수를 막기 위해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제안한 건데요. ‘부패 고리를 끊어내자’란 생각이 바탕이 됐다고 합니다. 내일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와 봐야하겠지만, 이 법의 적용 대상은 3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내용을 좀 살펴볼까요? 우선 일과 관련해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받으면 2~5배에 달하는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금품수수 상한선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인데요. 직무와 상관이 없더라도 같은 사람으로부터 한번에 100만 원 이상을 받으면 3년 이하 징역형을 받습니다.

감이 안 오시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 대학 동기는 A기업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서울 강남에 있는 OO일식에서 만나 모둠회 한 접시와 사케 1병을 먹었는데요. 15만원이 나왔습니다. 물론 동기가 샀습니다. 집에 가는 길엔 생일 선물이라며 7만원 상당의 수분크림도 주더군요.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예시입니다.) 법이 시행됐다면 전 처벌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교 목적의 음식물 제공은 허용하고 있지만, 기업 홍보팀과 기자는 업무 관련성이 크니까요.

(출처= 한국경제연구원)
(출처= 한국경제연구원)

‘김영란법 직접적 경제적 손실 11조 원+α…추경 효과 잠식’

오늘 이투데이에 실린 기사입니다. 자세히 살펴볼까요? 얼마 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따져 봤는데요. 원안대로 시행되면 연간 11조6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1500조 원)의 0.7~0.8%에 해당합니다.

우선 음식업계는 8조5000억 원의 피해를 입고요. 골프업은 1조1000억 원, 선물 관련업은 2조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소비침체에 따른 간접적 효과까지 더하면 손실액은 더 커질 수 있고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견뎌내고 간신히 살아난 소비심리가 ‘김영란법’ 때문에 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 하죠. ‘청탁 받아야 경제가 산다는 말이냐’는 반문 속에서 유일호 부총리의 “김영란법, 정말 걱정 된다”는 말이 괜한 건 아닙니다.

이쯤 되니 옆 집 사정이 궁금해집니다. 사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김영란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닉슨 대통령이 연루된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1978년 정부윤리법을 제정했고요. 싱가포르는 1960년에 부패방지법을 시행했습니다. 일본(2000년), 영국(2001년), 독일(1997년)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이 나라들도 법 시행 이후 경제가 휘청였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법 제정과 동시에 소비자기대

지수(앞으로 6개월 후의 소비자 동향을 나타내는 지수)가 급락했고요. 일본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닙니다. 독일은 19년 전 부패단속법 시행 후 지난해 뇌물수수 처벌을 강화했는데요. 소비자심리지수는 발효 시점 이후 되레 상승하고 있습니다.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얘기죠.

(출처= 블룸버그ㆍ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출처= 블룸버그ㆍ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미래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의 명언입니다. 위헌 결정을 하루 앞두고 “이 기회에 ‘김영란 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댓글을 보니 이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네요. 법이 시행되면 당장 먹고 사는 게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패수준 OECD 28위’란 오명을 떨쳐내려면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입니다. 우병우 사태부터 진경준 스캔들까지…. 볼썽사나운 일들이 연이어 터지는 걸 보면 그때가 바로 지금인 듯하고요. 접대를 막으면 경제가 위축된다고요? 제 밥값만 내면 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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