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코코본드 발행…약인가 독인가

입력 2016-07-28 08:25 수정 2016-08-0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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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권에선 상각형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시장에선 흔히 ‘코코본드’로 불리우는 채권으로 바젤 3단계 규제 가이드라인에서 자본으로 인정받았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 자본 규제 기준을 지킬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떠올랐다.

◇너나할 것이 없이 코코본드 발행 = 28일 신한·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코코본드 발행 공시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총 3조8117억원의 코코본드가 발행됐다.

이 중 국민은행만이 유일하게 코코본드를 발행하지 않았다.

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3개 은행이 각각 약 1조원을 상회하는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것은 국제 은행 감독기구인 바젤위원회가 2019년까지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을 14%로 올릴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기본자본으로 인정됐던 신종자본증권은 총자본으로 인정되지 않는 대신 코코본드가 총자본으로 인정된다.

코코본드는 발행 당시 미리 정한 예정사유(이자 지급 연체·자본잠식 등)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상각(상각형)되거나 발행자의 주식으로 전환(주식전환형)되는 사채를 말한다.

전환사채가 채권자의 권리에 따른 주식전환 조건이라면, 코코본드는 채무자의 상황에 따른 주식전환 조건으로 역전환사채라고 불리기도 한다.

은행들 대부분은 코코본드 발행으로 자본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국민은행은 코코본드 없이도 15.94%로 양호한 총자본비율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코코본드를 발행한 신한은행은 15.2%로 기준보다 1.2%포인트 높았다.

KEB하나은행은 2014년부터 총 1조1134억원을 발행해 16.76%로 총자본비율이 시중은행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3년간 1조1968억원의 코코본드를 발행했음에도 13.7%로 아직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다.

◇코코본드 자본인정 도입 필수 아니다 = 은행권이 자본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코코본드를 발행하고 있지만, 코코본드 발행이 자본확충을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니다.

오히려 은행이 경영상 큰 위험에 빠지지 전까지는 코코본드는 투자금이라기 보다 채무 성격을 띈다.

이자율이 연 최저 3%에서 7%사이로 평균 4%대로 정해진다.

은행들은 매년 이자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운영비용이나 자금 조달비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자금 조달 비용은 결국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은행이 코코본드 발행 말고도 자본을 늘릴 수 있는 것은 배당을 줄여 자본화 하거나 유상증자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3년간 4대 은행들은 코코본드 발행한 양에 육박하는 양의 만큼의 배당을 진행했다.

빌린 돈으로 주주들에게 배당을 준 셈이다.

바젤III에선 자본 기준이 강화됐지만, 일각에선 부실화된 유럽은행들을 배려한 ‘느슨한 강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일부 유럽은행들은 경영상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는 상태로 대규모 은행 부실로 이어질 경우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할 것을 우려해 자본 기준 강화가 제대로 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상황이 나쁘지 않은 국내은행들이 대규모의 코코본드 발행 보다 배당을 줄여 자본건전성을 강화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수도 = 아직 코코본드 발행이 은행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명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우려 속에서도 비교적 시스템이 잘 발달된 시중은행들의 대응능력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비상장금융회사까지 코코본드 발행을 인정하기로 한 점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수혜를 받은 곳이 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춘지 오래지 않아 경쟁시스템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조선·해운업의 대규모 구조조정 속에서도 다른 대형은행들이 좋은 실적을 낸 것과 달리, 농협은행은 큰 손실이 예상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런 상황 속에서 농협은행이 대규모 코코본드를 발행하면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농협은 시중은행보다 영업력이 다소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무리하게 코코본드를 발행했다가 이자 지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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